[인도 核실험/중국 반응]의외로 무덤덤…속셈 아리송

  • 입력 1998년 5월 13일 19시 29분


11일 인도가 실시한 전격 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의외로 미온적이어서 주목된다.

지구촌에 다시 핵공포를 낳은 이 도발적 핵실험에 대해 전세계가 비난의 십자포화를 퍼부었지만 정작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의 반응은 온건하고 신중하기만 하다.

중국의 공식 반응은 핵실험 하루 뒤인 12일 신화통신이 낸 “핵감축 진전 움직임에 반하는 인도의 핵실험은 서남아의 평화와 안정에 불리한 영향을 끼칠 것이며 중국은 깊은 관심을 표시한다”라는 성명이 전부.

중국 언론도 인도 핵실험을 가볍게 다뤄 ‘축소지향의 속내’를 잘 보여줬다. 인민일보의 경우 6면에 미국과 파키스탄의 비난성명을 덧붙인 간단한 기사로 거의 보이지 않게 처리했다. 이 날짜 일본 아사히신문이 1면 머리를 비롯해 5개면에 걸쳐 상세히 보도한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었다.

국경을 맞댄 인도의 핵개발에 누구보다 민감해야 할 중국이 이같이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제발이 저리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인도가 이번 핵실험의 주요 배경으로 ‘인도에 대한 중국의 안보 위협’을 내세운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조지 페르난데스 인도 국방장관은 “인도의 주적(主敵)은 핵강국인 중국”이라며 핵억지력 보유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중국은 또 62년 국경분쟁 후 최근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인도와의 관계가 악화될 경우 불필요한 국력 낭비로 국가최고 목표인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계산도 하는 듯하다.

우방인 파키스탄을 달래야 한다는 점도 중국이 이번 사안을 확대하기 어려운 요소다. 생존에 위협을 느낀 파키스탄이 대응 핵실험에 나설 경우 중국 서남국경에서의 핵군비 경쟁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제삼세계에도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중국은 그동안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기술을 파키스탄에 제공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핵실험 욕구가 미온적 반응을 낳았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96년 7월 44번째의 핵실험을 실시한 뒤 핵실험 일시중지를 선언했지만 미국 러시아에 맞선 고도의 전략핵무기를 개발하려면 추가 핵실험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중국은 인도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살펴가며 핵실험을 재개할 틈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유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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