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개막]아시아 「실험적 영상」 주목

  • 입력 1998년 5월 15일 08시 27분


《‘산업으로서의 영화보다 예술로서의 영화의 가치를 옹호한다.’ 13일 오후7시(한국시간 14일 새벽4시) 프랑스 남부도시 칸의 ‘축제궁전’에서 열린 개막식과 함께 제51회 칸 국제영화제가 12일간의 대제전에 들어갔다. 한때 ‘리비에라의 할리우드’라 불릴 만큼 할리우드 영화의 거센 물결에 휩쓸렸던 칸이 올해는 실험정신이 빛나는 예술영화의 후원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

인구 8만명의 휴양도시 칸은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영화 관계자들과 보도진 관광객들로 들썩거린다. 개막식이 열린 축제궁전 앞은 스타들을 보려는 구경꾼으로 이날 낮부터 장사진을 이루었다.

오후7시 존 트래볼타, 시고니 위버, 위노나 라이더, 레나 올린, 마틴 스콜세지, 첸 카이거 등 배우와 감독이 리무진을 타고 축제궁전에 속속 도착하자 구경꾼들은 열띤 환호로 이들을 맞았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과 카트린 트로트만 프랑스 문화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프랑스 여배우 이사벨 위페르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개막식은 개막작인 ‘프라이머리 컬러스’의 주연배우 존 트래볼타, 엠마 톰슨의 개막선언과 함께 개막작품 시사로 이어졌다.

개막식 직전에 열린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에서 심사위원장인 마틴 스콜세지감독은 ‘독창적인 이야기구조를 가진 영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영화의 산업적 측면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서술구조와 화면을 구성해야 할 영화의 창조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최근 홍콩 대만 등 아시아에서 시도되고 있는 젊은 영화인들의 새로운 실험은 무척 고무적이다.”

그러나 개막작인 할리우드 영화 ‘프라이머리 컬러스’(감독 마이클 니콜스)는 독창성보다 클린턴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빗댄 풍자로 영화제의 출발을 다소 맥빠지게 했다. 24일까지 칸 영화제 단편 장편영화 경쟁부문과 주목할 만한 시선, 감독주간, 비평가주간, 특별상영, 회고전 등 비경쟁부문에서 상영될 영화는 모두 1백20여편.

경쟁부문에서는 ‘비정성시’의 감독 후샤오시엔(대만)의 ‘상하이의 꽃들’ 등 모두 22편의 영화(본보 13일자 31면 보도)가 이 부문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향해 경합을 벌인다.

지금까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빌 오거스트, 에밀 쿠스투리차,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두 번씩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영화 사상 가장 심오한 작품을 남긴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잉마르 베리만감독은 단 한번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적이 없어 대조적.

〈칸〓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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