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폭동표정]탱크 탄 군인들 『싸우지 말자』

  • 입력 1998년 5월 15일 19시 40분


14명이 사망한 전날의 격렬한 폭동의 여파로 15일에도 자카르타시내는 전쟁을 치른 도시처럼 처참한 모습이었으나 비교적 평온을 되찾았다.

차량통행이 거의 끊긴 가운데 상가는 대부분 철시했고 사무실도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으나 대통령사임설과 백화점 방화에 따른 대량 희생소식 등으로 흉흉한 분위기였다.

○…개도국 15개국(G15) 정상회담 일정을 단축, 급거 귀국길에 오른 수하르토대통령은 15일 새벽 자카르타 인근 하림 군비행장에 도착해 장갑차 등 1백여대의 호위행렬속에 모처로 직행.

도착 직후 보좌관들과 소요상황에 대한 대책 회의를 가진 수하르토는 이날중 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져 주목.

○…수하르토대통령은 이날 연료가격과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내용의 2개의 법령 취소를 지시했다고 쿤토로 망쿠수브로토 인도네시아 광업에너지장관이 발표.

쿤토로장관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위기의 시점에서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격인상을 취소키로 했다”고 밝혔으나 극한에 다다른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일 듯.

○…14일 시위가 폭동화하는 양상을 보이자 대학생들은 15일 가두시위를 자제.

거리에서 시위중인 시민들이 6명의 대학생 희생자를 낸 트리삭티대 앞에서 학생들을 불렀으나 학생들은 교문밖으로 진출하려는 일부 학생들을 막기 위해 스크럼을 짜고 제지.

○…14일 시위가 자카르타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군병력이 이날 오후 추가로 탱크와 장갑차를 도심으로 진입시키자 수천명의 시위대는 해산은 커녕 박수로 환호하면서 탱크와 장갑차에 올라타는 장면을 연출.

군인들은 확성기를 통해 “우리는 개혁을 위해 함께 일해야 한다”며 서로 싸우지 말자고 호소하면서 도심으로 진입.

○…자바섬 중부 사마랑에서 학생 등 인도네시아 라디오방송국(PRI)을점거하고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방송하도록 했다고 관영 안타리통신이 15일 보도.

PRI의 한 앵커는 △즉각적인 전면개혁 △물가인하 △국민협의회(MPR) 특별회의 소집 △군대의 무력사용 중지 등 5개항으로 된 학생들의 요구조건을 낭독하고 한시간 후 같은 내용을 재방송.

○…올 2월부터 시작된 반정부시위와 소요로 관광객이 감소해 고전하던 자카르타의 호텔들은 화교들이 폭동과 약탈을 피해 몰려오자 때아닌 호황.

공항으로 향하는 유로도로가 이날도 폐쇄된 가운데 공항 주변 호텔들은 국외로 탈출하기 위해 외국행 항공기를 타려는 화교들로 초만원을 이뤘고 싱가포르 오스트레일리아 말레이시아 등으로 향하는 항공편은 당분간의 예약이 모두 완료.

○…주자카르타 한국대사관은 교민 보호대책의 일환으로 한국 학교 학생들을 조기 귀가시키고 이틀간 휴교 조치.대사관측은 한국인 기업체에 대해서도 2,3일간 휴업할 것을 권장.

○…인도네시아 소요사태가 악화되면서 외국인들의 철수도 러시. 미국 유럽 일본 기업들이 15일 직원 가족들의 철수를 시작한데 이어 대만 홍콩 등도 수천명의 인도네시아 거주 자국민을 철수시키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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