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지 등 미국 언론들은 14일 미 행정부가 수하르토정권의 앞날에 대한 재검토작업에 본격 착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인도네시아가 완전 마비상태에 빠지면서 미 정부인사들 사이에 “수하르토정권이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 언론들은 “클린턴 행정부가 수하르토 정권을 포기할 지 모른다”면서 심지어 “미국은 수하르토대통령을 인도네시아 ‘경제안정의 장애물’로 간주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했다.
미국은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현재의 난국을 돌파하기가 곤란하다는 판단 아래 인도네시아의 정치개혁, 나아가 수하르토의 퇴진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제임스 루빈 국무부대변인은 “인도네시아 정부와 주요 단체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정치개혁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직설화법으로 정치개혁을 촉구했다.
이는 미국이 인도네시아 정부나 군부를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실제로 미국은 태평양주둔 미군 사령관 조지프 프루허제독을 인도네시아에 파견할 계획이었으나 “대화할 파트너가 없다”는 이유로 취소하기도 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민주체제로의 과감한 전환 △부정부패 척결 △족벌지배체제의 개선 등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권유하고 있으나 이는 수하르토가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주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와 관련, 인도네시아 지도층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수하르토가 언제 어떻게 물러날지에 대한 시나리오들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올해 인도네시아와 10차례의 공동 특수부대훈련을 계획, 이미 4차례는 훈련을 실시하는 등 사태 이전에는 수하르토 정권의 가장 확실한 배후세력인 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구자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