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방에서는 여전히 약탈과 방화가 계속돼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사태가 쉽사리 진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외국인들과 화교들의 탈출러시로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 등 공항과 항만은 이날도 북새통을 이뤘다.
○…16일 저녁 자바섬 중심부 지방도시인 보욜라이 카랑가냐르 수코하르드조 등지에서는 폭도의 약탈과 방화가 새로 시작돼 불안감이 고조.
보욜라이시는 이날 수십개의 생필품 상점이 폭도에 의해 파괴되고 약탈당했으며 상점부근 거리에 주차된 차량 수십대가 폭도의 방화로 전소됐다고 발표. 이에 따라 시당국은 이날 밤 통행금지를 실시.
○…경찰 당국은 14,15일 자카르타에서 발생한 약탈과 관련, 1천27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17일 집계. 체포된 폭도 중에는 수업을 마치고 가담한 중 고생들도 상당수 포함.
한편 14일 백화점 등지의 화재로 5백명이상 숨졌으나 대부분의 시신이 신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불에 심하게 타 유가족들이 시신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실정. 칩토 만군쿠수모 종합병원 영안실에는 16일 현재 화재현장에서 수습된 시체 2백39구가 안치돼 있지만 불과 54구만 신원이 확인된 상태. 당국은 신원이 확인 안된 시신은 합동장례를 치를 계획.
○…자카르타 지역군사령관인 스자프리 시암수딘 소장은 지난주 폭동사태가 완전히 진정됐으며 만약 또다시 폭동이 일어난다면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공표.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총리는 16일 “인도네시아의 폭동은 ‘둔감한’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한 급격한 가격인상에 원인이 있다”고 비난했다고 태국 영자지 네이션이 17일 보도.
마하티르총리는 “IMF는 이제 국가보조금을 갑자기 중단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국민이 가난해지는데도 보조금을 중단해 버리면 폭동을 일으키도록 선동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강조.
○…시위와 폭동이 계속되는 동안 국영방송은 물론 5개 민영방송들도 정부 당국의 ‘요청’에 따라 시위에 대한 보도를 축소하고 있어 빈축.
이들 방송들은 긴급 사태에 따른 특별방송을 편성하기는커녕 정규방송 시간에도 일부만 할애해 간략히 시위사실을 보도하고 시위를 자제해 사회를 안정시키는 것이 국익에 긴요하다고 보도. 시민들 사이에서 수하르토대통령에 대한 하야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수하르토대통령에 대한 비난이나 모독은 물론 그를 언급하는 것 자체도 법으로 제한하고 있을 정도.
○…수하르토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거세지면서 비판대열에 학생과 종교단체는 물론 집권 골카르당 주요정파와 퇴역장성들이 참가한데 이어 전직관료들도 다수 가담해 눈길. 전직관료들은 사르보노 쿠수마트마자 전환경장관, 수브로토 전광업에너지장관, 프란스 세단 전재무장관 등.
사르보노 전환경장관은 수하르토대통령이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시간을 벌려는 술책”이라고 비난.
〈자카르타〓김승련특파원·외신종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