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시위가 예정된 20일 이전에 인도네시아를 떠나려는 한국 교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항공편 부족, 인도네시아 관리의 부패와 느림보 행정, 한국정부의 소극적 대응으로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16일부터 항공기 증편에 들어갔지만 하루 평균 4백명밖에 소화할 수 없어 좌석을 구하지 못한 교민들은 공항대기실에서 새우잠을 자며 표구하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새벽부터 공항에 나와 아예 돗자리를 깔아놓고 장사진을 치는 사람들도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공항관리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출국하려는 외국인들에게 출국비자 발급 공식 수수료의 5배인 25만루피아(5만원)을 받는가 하면 1백만루피아인 출국세 외에 2백만루피아의 급행료를 요구해 분노를 사고 있다.
교민들중 1년짜리 취업비자를 소지한 경우는 재입국을 위한 출국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나 시내중심부의 이민국이 업무를 중단해 당황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이민국은 15일부터 공항 이민청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현지 한국대사관측은 이같은 사실을 한인사회에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교민들을 우왕좌왕하게 만들었다.
교민들은 항공권과 출국세를 부담할 현금(달러)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카르타의 항공사나 여행사에서는 현금 없이는 항공권 구입이 거의 불가능하다. 폭동과정에서 대부분의 은행이 문을 닫고 현금인출기가 파손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민들은 자국민들의 안전한 출국을 돕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싱가포르정부의 활동을 부러워하면서 사태발생 이후 교민안전 대책에 등한한 우리 대사관측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자카르타〓김승련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