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국제영화제에 선보인 한국영화 ‘아름다운 시절’(이광모감독)과 ‘8월의 크리스마스’(허진호감독)에 대한 현지언론의 평가다.
두 영화는 이번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각 ‘15인의 감독’부문과 ‘비평가 주간’에 선정됐다. 또한 신인감독에게 주는 황금카메라상의 후보에 나란히 올랐다. 황금카메라상 심사위원장은 베트남 감독인 트란 안 홍. 모두 28편의 영화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 아름다운 시절
‘아름다운 시절’은 아직 국내에서도 개봉되지 않은 신작. 제목과 달리 영화의 배경은 결코 아름답지 않은 한국전쟁의 와중에 놓여있는 한 시골 마을이다.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양쪽으로 갈라선 마을 사람들이 좁은 우물안에서 멱살을 잡고 허우적거리는 첫 장면처럼 전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의 상처와 가난이 빛바랜 사진첩을 보듯 아련하게 마음을 울린다.
이광모감독은 중간중간 영화의 흐름을 끊고 자막으로 영화의 전개와 역사적인 배경을 대비시켜 설명하는 방식을 통해 역사가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15일 공식상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왜 롱테이크를 그렇게 자주 썼느냐”는 질문에 이감독은 “가만히 들여다보는 느낌이 필요했다. 롱테이크는 아버지세대의 경험을 바라보며 인생의 의미를 찾는 나 자신의 응시적, 회상적인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권위지 르몽드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아이들의 성장드라마’라고 소개하면서 ‘짜임새있는 구성이 돋보이고 공들여 만든 흔적이 역력하다’며 감독의 연출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현지 영화관계자들은 ‘아름다운 시절’의 잘 짜여진 화면구성과 아름다운 풍경을 높이 샀지만 ‘공감하기 어렵다’‘건조한 리얼리즘’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 8월의 크리스마스
칸에서 매일 발행되고 있는 영화잡지 버라이어티는 ‘8월의 크리스마스’에 대해 ‘죽음에 대한 동양적 사고를 느낄 수 있는 순수한 영화이지만 다소 지루하다’고 평했다.
16일 공식상영 후의 기자회견에서는 왜 감정을 억제했는지와 대사가 많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왔다. 허진호 감독은 “이 영화는 사진사가 자신의 영정사진을 웃으면서 찍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살면서 누구나 침묵의 순간이 필요할 때가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여주인공 심은하는 폭발적 관심을 얻었다. “동양적 아름다움을 지닌 매력적인 여배우” “영화 ‘라붐’을 찍었을 때의 소피 마르소를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칸〓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