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가 외유중일 때 군 내부에서는 일부 개혁요구에 동조적인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위란토총사령관은 실탄이 학생들을 겨냥해 발사됐다고 시인했으나 그런 발포가 정규지휘계통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로써 시위대와 군부간 적대감이 한때 해소되는 듯했다. 군부역할을 위해 구성된 자문위원단이 위란토에게 조언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군부는 수하르토 귀국 이틀만에 그의 하야에 반대하고 나섰다.
▼인도네시아 군부는 네덜란드에 대항한 독립전쟁으로 상당한 국민의 신뢰를 받아왔다. 경찰(보안군)과 관료가 부패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기강잡힌 군대는 그나마 정신적 지주였다. 65년 수카르노 정권의 국정해이로 쿠데타가 발생하자 수하르토 유격사령관이 진압에 나섰다. 이때 군부는 반공과 안정의 두가지 원칙을 확립했다.수카르노가 제시한‘민족’‘국제’ 등 판타질라(5대이념)도 구체제의 표어로 사라졌다.
▼18일 밤 수하르토가 주재한 긴급회동에는 위란토와 그의 사위인 프라보전략군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군부 실세인 두 사람간 갈등도 봉합됐다. 위란토는 ‘군의 안정수호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헌정수호를 내세워 대규모시위 계획에 경고했다. 이제 그는 독재정권에 공통적인 군부의 역할론을 꺼내든 것같다. 수하르토가 군부를 장악한다 해도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는 ‘피플스 파워’를 제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재홍<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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