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주한인도네시아 대사관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인도네시아인 직원 1명과 경비원 2명만이 외부의 전화를 받고 있었을 뿐 외부인들의 출입이 없었다.
이들은 21일이 인도네시아의 기독교 기념일로 정부공식휴일이어서 출근한 사람이 자신들밖에 없으며 본국으로부터도 아무런 훈령이 없었다면서 “내일 다시 전화하라”는 말만 반복.
○…대사관직원 얀도는 “TV를 통해 수하르토대통령이 하야 성명을 발표하는 장면을 봤다”면서 “민주주의의 승리”라고만 짤막하게 답변.
얀도는 “오후3시까지 50∼60통의 전화를 받았지만 대부분이 인도네시아에 가족을 둔 한국인들이나 한국언론들로부터 온 것이었다”며 “대사관 상사들로부터도 아무런 연락이 없어 해줄 말이 없다”고 한숨.
○…서울의 인도네시아 산업기술연수원생 관리업체에 근무하는 비아나(26·여)는 “수하르토는 필리핀의 마르코스와 다를 바 없는 독재자”라면서 “그가 물러남으로써 인도네시아의 정치와 사회가 한국처럼 발전할 것”이라며 기쁨과 희망을 피력.
반면 인도네시아업체 피티판도에 근무하는 마야(28)는 “수하르토의 하야는 인도네시아 2억5천만명의 국민을 묶어주는 믿음이 풀렸다는 신호”라면서 “인도네시아의 장래는 과연 누가 그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조심스러운 태도.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는 경기 안산시 형제교회의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수하르토의 하야소식을 커다란 기쁨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쿠데타 등 만일의 사태를 우려.
〈권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