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사태로 일본이 동남아에 꿔준 6백94억달러의 채권이 부실화하면서 일본 금융기관이 한국에 빌려준 외화대출금을 회수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비켜가게 됐다.
인도네시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우려됐던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급도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역부문은 이번 폭동 이전부터 수출입 물량이 줄어들어 앞으로 상황이 호전되더라도 다시 증가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자동차가 수하르토 3남 후투모의 강력한 후원을 받아 진행한 인도네시아 국민차 사업에는 어려움이 생길 것같다.
▼현지 진출업체〓한국 업체들은 미국 유럽연합(EU) 등과는 달리 가족만 국내로 복귀시킨채 공장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
한국대사관 강창순 상무관은 전화통화에서 “한국 업체들은 15, 20일 이틀만 일부 휴무했을 뿐 조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공사를 중단했거나 현지에서 철수한 건설업체들은 ‘포스트 수하르토’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공사재개 가능성을 가늠하고 있다.
올해초 석유화학플랜트 건설공사인 투반 NCC(1억1천만달러)현장을 철수했던 대림산업은 “상황이 나아지면 언제든지 공사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건설업체가 인도네시아에서 진행중인 공사는 29건으로 이중 12건만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17건은 중단된 상태.
▼금융권〓국내 금융기관들은 1월 인도네시아의 대외채무지급보증이 유효한 것으로 보고 인도네시아 금융기관에 투자한 13억달러의 회수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한숨을 돌리고 있다.
다만 인도네시아의 지급보증이 금융기관 채무에 한정돼 한국 금융기관이 인도네시아 기업에 투자한 30억달러는 회수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
그러나 하비비 부통령이 권력을 안정적으로 승계함으로써 인도네시아 기업의 대외채무에 관한 국제 채권단과의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하비비 부통령의 권력승계 발표 직후에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급격히 안정세로 돌아섰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등 역외시장의 선물환도 강세를 보였다.
▼국민차 사업〓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사업은 수하르토와 3남 후투모의 강력한 후원으로 진행된 기아자동차의 인도네시아 국민차사업.
이 사업은 기아와 인도네시아의 TPN사가 합작공장(KTM)을 설립해 현지에서 세피아(현지명 티모르)를 생산, 판매하는 프로젝트. 기아가 3천만달러를 투자하고 TPN사는 1억달러를 투자했다.
수하르토의 사임은 후투모 몰락으로 연결돼 국민차사업에 치명타를 안길 전망이다.
수하르토의 2남 밤방과 함께 사업을 모색하던 현대자동차도 이번 사태로 인해 타격을 받을 전망. 현대는 밤방 소유의 비만트라사와 엑센트공장 건설을 추진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지면서 일단 보류한 상태.
〈이진·이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