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하야/印尼경제 앞날]급속호전 기대 못해

  • 입력 1998년 5월 21일 19시 26분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전대통령의 사임이 아시아경제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경제를 둘러싼 전반적인 상황을 볼 때 아직 낙관은 이르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경우에 따라서는 독재정권 타도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 경제난 해결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경제가 지난해 발생한 통화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나는데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해왔다. 수하르토가 물러났다고 해서 상황이 갑자기 호전될 리는 없는 것.

오히려 최근 소요사태를 겪으면서 인도네시아경제는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져 기반이 더욱 취약해졌다. 경제의 주요한 축인 화교자본의 해외이탈이 가속화했고 제조업 기반은 크게 무너졌다.

경제회복의 또다른 열쇠인 해외투자 전망도 밝지 않다. 최대투자국인 일본을 비롯해 각국 기업은 인도네시아로부터 발을 빼기에 바쁘다.

정치혼란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회복은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취약한 하비비체제와 학생 및 야당의 반발이 정치불안을 가져오고 이것이 경제위기를 증폭할 가능성도 있다.

하비비정권은 경제정책과 관련,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사회와 상당한 갈등을 빚을 전망이다. IMF가 요구한 긴축정책이 수하르토의 퇴진까지 불러온 만큼 하비비가 그에 저항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경제가 혼미를 벗어나지 못하면 국제경제에 미칠 주름살도 깊어진다. 일본 전문가들은 실물경제 마비와 루피아화의 급락으로 인도네시아가 1천3백억달러의 외채를 제때 상환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아시아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는 잠복 변수다.

사태를 호전시킬 한가지 변수는 남아 있다.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인도네시아 지원에 나서서 경제회복을 앞당기는 것이다. 이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인도네시아가 얼마나 빨리 안정을 되찾느냐와 수익성을 생각하는 ‘국제자본의 논리’가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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