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하야]자카르타는 「기쁨의 도시」

  • 입력 1998년 5월 21일 20시 49분


수하르토 인도네시아대통령의 하야발표가 나오자 그의 하야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던 시민과 학생들은 ‘국민의 승리’를 축하하는 춤을 추는 등 환호의 도가니에 빠졌다. 자카르타 등 전국 주요 도시에 배치됐던 군경과 시민들은 수하르토의 하야발표가 나온 뒤 서로 악수를 나누거나 포옹하고 “우리는 한 형제”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특히 의사당 주위를 경계로 일촉즉발의 긴박한 대치를 나흘째 계속해온 학생과 군인들은 “그동안 유혈충돌이 없어 다행이었다”며 한무리가 되어 기쁨을 나누었다.

그러나 일부 학생은 “앞날을 낙관할 수 없다”며 하비비신임대통령에게 의구심을 표시하고 “우리는 계속 눈을 부릅뜨고 군부 등의 동향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국민은 21일 수하르토의 사임을 TV생중계로 지켜보면서 환호성을 지르는 등 기쁨의 도가니. 이들은 장기독재 국가로 낙인찍혀온 자신들의 역사가 바뀌고 있는 것을 크게 실감하지 못하는듯 얼떨떨한 모습.

○…국회의사당에서 4일째 점거농성을 벌여온 학생들은 이날 오전 일찍부터 수하르토의 사임발표가 예견되자 반신반의하면서도 잔뜩 기대하는 모습. 사흘간의 철야 농성에다 식사를 제대로 못해 초췌한 얼굴이면서도 눈빛 만큼은 빛나는 이들은 사임발표가 나오자 “결국 자유가 찾아왔다”면서 환호.

○…사임 발표 직후 일부 학생은 “수하르토를 처형하자” “그의 재산을 국민에게 되돌려주자”는 구호를 연호.

메가폰을 든 한 대학생은 “우리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수하르토와 하비비 모두를 권좌에서 끌어내려 심판대에 세우고 그들이 저지른 잘못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

○…인도네시아의 전통 모자인 검은색 둥근 모자 ‘페시’를 쓴 수하르토는 이날 사임을 발표하면서 지친 모습이 역력.

수하르토는 느린 말씨로 더듬거리면서 “실수나 결점이 있다면 국민이 용서해주기 바란다”고 호소. 한편 국방장관겸 통합군사령관인 위란토장군은 21일 대통령 취임선서를 한 하비비에게 충성을 다짐하고 전국에 생중계된 TV연설을 통해 국민에게 냉정을 찾기를 당부.

○…인도네시아의 초대 대통령인 수카르노의 미망인 듀이 수카르노 여사는 수하르토의 사임발표가 나온후 CNN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수하르토의 하야를 환영한다. 그러나 그가 지명한 하비비와 각료들이 그대로 남아있어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하고 “자유롭고 완전한 총선을 통해 다시는 인도네시아에서 군사정부가 들어서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듀이여사는 70년 남편 사망후 프랑스 파리로 망명.

〈자카르타〓김승련특파원·외신종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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