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필리핀 「닮은꼴 시민혁명」

  • 입력 1998년 5월 21일 20시 49분


수하르토의 32년 독재를 무너뜨린 인도네시아 사태는 86년2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21년 독재를 종식시킨 필리핀의 ‘피플파워’와 유사하다. 수하르토와 마르코스는 모두 처음에는 국민의 인기를 한몸에 받은 청렴하고 개혁적인 성향의 지도자였다.

그러나 장기집권하면서 부패에 빠져 엄청난 치부를 한데다 부인이나 자녀 등 측근을 권력층에 앉히는 등 권력을 남용하다 타도의 대상이 되었다.

두 독재자 모두 장기집권 끝에 국민의 누적된 불만이 경제난과 민주화 욕구에 맞물려 폭발하면서 유혈충돌 과정을 거쳐 권좌에서 쫓겨났다. 그들이 마지막 순간 강력한 후원자 역할을 하던 미국의 버림을 받았다는 점도 유사하다.

필리핀에서 하이메 신 추기경이 반정부시위 참여를 독려했다면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슬람교 지도자 아미엔 라이스가 그 역할을 맡아 종교 지도자가 독재자의 몰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도 닮은 꼴이다.

마르코스와 수하르토정권이 모두 대통령 선거 직후 무너졌다는 점도 유사하다.

〈김태윤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