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체제를 통한 개혁〓수하르토의 사임을 요구한 하르모코국회의장과 반(反)수하르토의 선봉에 섰던 이슬람교 지도자 아미엔 라이스는 하비비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다. 이들과 수카르노 전대통령의 장녀 메가와티, 학생과 지식인층, 위란토 국방장관 겸 통합군사령관이 협력하면 안정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이권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국민적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하비비의 역할은 민주화를 위한 잠정정권의 성격을 갖는다. 새 정권은 수하르토시대의 이미지를 일신하면서 재출발을 지향한다.
▼수하르토의 수렴청정〓수하르토는 자신과 일가의 앞날 및 비대해진 족벌사업체들에 가장 신경이 쓰일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적 양자’인 하비비와 군부를 통해 주도권을 유지한다. 기반이 없는 하비비에게 수하르토의 후견은 큰 버팀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물러난 수하르토가 권력을 유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수렴청정이 농후해지면 하비비 탄핵이 발의되고 정치경제의 대혼란이 올 수 있다.
▼새로운 대립과 혼란〓군의 두 지도자, 위란토와 수하르토의 사위인 프라보 전략군사령관의 대립은 큰 불안요인이다.
위란토는 부진한 개혁에 회의적인 반면 프라보는 새 정권을 옹호한다. 대립이 심각해지면 내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또 학생과 지식인이 신정권을 거부하면 대중운동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