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로 인해 극도로 위축된 국내 업계는 이번 엔화폭락이 노동계의 파업 움직임, 외환시장 및 증시불안 요인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제2의 경제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엔화폭락으로 원―달러환율이 상승하더라도 엔화의 낙폭이 더 커 결국에는 한국 상품의 급격한 수출경쟁력 감퇴와 함께 활황을 보이고 있는 수출 및 경상수지 개선에 큰 타격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상사 관계자들은 “특히 수출 주력품목인 전자 반도체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등은 거의 예외없이 일본제품과 해외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어 엔저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자제품의 경우 일본 가전제품이 엔저를 타고 경쟁력을 회복하게 돼 기술보다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해온 국산 가전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더욱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도 최대 수출시장인 동남아시장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유럽과 서남아쪽을 공략하고 있으나 엔화약세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일본제품과 경쟁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자동차 종이 플라스틱 등 일본업체와 경쟁관계에 있는 품목들도 수출확대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수출업계는 엔화폭락에 대한 대응책으로 △수출계약시 엔화 대신 달러화 결제 △엔화 계약시 선물환거래 확대 등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대우경제연구소 한상춘(韓相春)연구위원은 “엔화환율이 1백40엔까지 상승하면 국내 수출증가율은 당초의 8%에서 5%대로 떨어지고 무역수지 흑자규모도 2백억달러 안팎으로 감소, 외환수급에 상당한 차질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엔화약세는 또 일본 금융기관의 영업수지를 악화시켜 이들이 국내 은행에 꿔준 외화대출금을 회수할 경우 외환위기를 몰고올 가능성이 높다.
한편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일본 엔화의 환율이 전날에 이어 26일에도 상승, 엔화가치가 7년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아시아 주요국의 통화가치도 덩달아 하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전날 달러당 1백37.14엔으로 마감된 엔화는 2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오후 한때 달러당 1백37.73엔까지 치솟았다가 1백37.68엔에 마감돼 7년만에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도쿄 외환전문가들은 “현재 추세라면 달러당 엔화환율이 1백40엔대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달러강세 기조를 계속 유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미국이 엔화 약세를 저지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어렵게 됐다.
로버트 루빈 미 재무부장관은 24일 캐나다 앨버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를 마친 뒤 “달러 강세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절대 변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도쿄·워싱턴=권순활·홍은택특파원·이강운·이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