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도쿄(東京)외환시장의 엔화환율 종가인 달러당 1백37.68엔은 1월말(1백21엔)에 비해 16.68엔 오른 것으로 4개월만에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12.1%나 평가절하된 셈이다.
엔화는 독일 마르크화에 대해서도 5년만에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다른 주요국 통화에 대해서 일제히 약세다. 엔화약세 영향으로 채권값도 상승, 일본 장기금리를 대표하는 국채유통수익률은 사상최저치를 기록했다.
25일 이후의 엔화 급락세는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이 달러당 1백40∼1백50엔까지의 엔화약세를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는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의 보도가 계기가 됐다. 그러나 미국의 ‘달러화강세 정책’은 그만두고라도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미일(美日)간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틀)의 격차가 엔화가치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23년만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97회계연도에 이은 올해의 마이너스 성장 전망, 심각한 내수부진, 21조엔에 이르는 일본은행들의 막대한 불량채권, 기업경영의 악화 등 일본경제의 취약성이 그것이다.
현재 추세라면 달러당 엔화환율이 곧 1백40엔대까지 가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정부는 과도한 엔화약세가 진행되면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안정시키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엔화약세가 지나치면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마쓰나가 히카루(松永光)대장상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도쿄외환시장은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우선 내심 내수부진에서 오는 경기악화를 엔화약세에 따른 수출증가로 상쇄하려는 속내를 갖고 있는 일본정부가 어느 정도로 강력한 환율안정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강하다. 또 미국의 협력없이 일본이 독자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더라도 효과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감도 결여돼 있다.
4월 9, 10일 이틀간 엔화가치 안정을 위해 1백억달러 이상을 투입했지만 결과적으로 엔화약세를 저지하지 못한 뒤 일본의 무력감은 더욱 팽배해진 실정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