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유혈극 재연…발칸반도 다시 戰雲

  • 입력 1998년 6월 2일 19시 29분


신유고연방내의 코소보 사태가 다시 악화하는 가운데 인접 몬테네그로공화국 총선에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연방대통령에 반대하는 개혁파가 세력을 크게 강화, 발칸반도에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알바니아계 주민들의 분리독립운동에 대해 세르비아 당국이 유혈진압을 계속하면서 코소보사태는 전면 내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역시 알바니아와 마케도니아에도 불똥이 튈 우려 때문에 국제사회는 비상이 걸렸다.

▼코소보사태〓신유고 연방의 세르비아공화국내 코소보주는 알바니아계 주민이 90%를 차지하는 지역. 원래는 자치가 실시됐으나 세르비아측이 1989년 자치를 철회, 직할 주로 편입했다. 알바니아계 주민들은 코소보해방군(UCK)이라는 무장 조직을 결성, 이에 맞서왔다.

코소보해방군은 코소보주 40%가량을 장악한 가운데 ‘치고 빠지기식’의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다. 2월부터 세르비아당국은 이른바 ‘코소보 무장반군 소탕작전’을 감행해 최소한 2백30명의 알바니아계 주민이 희생됐다. 18명의 세르비아경찰, 2명의 유고군병사, 22명의 세르비아계 주민도 숨졌다.

세르비아 경찰은 유혈진압 과정에서 집안에 있던 일가족을 밖으로 끌어내 집단 학살하거나 수십채의 집을 불태우는 등 가혹행위가 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사태는 지난달 31일 다시 무력충돌이 재연되면서 악화했다. 세르비아경찰은 “서부의 4개 마을에서 수십명의 알바니아계 테러리스트를 사살했다”고 밝혔다.알바니아계 지도자들도 “이날 하루 동안에만 37명이 무고하게 희생됐다”고 확인했다.

인접한 알바니아정부는 “이미 2천명의 코소보주민이 피란을 왔다”며 “이대로 가면 코소보는 대대적인 인종학살과 전쟁터로 변할 것”이라고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했다.

▼몬테네그로의 개혁파 집권〓밀로셰비치 신유고연방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개혁파 밀로 듀카노비치 몬테네그로 대통령(36)이 지난달 31일 실시된 의회선거에서 압승했다.

인구가 63만명에 불과한 몬테네그로는 산악공화국이지만 신유고연방 의회에서는 인구 1천만명인 세르비아와 의석지분이 같다. 듀카노비치는 알바니아계 주민에 대한 무차별 유혈진압에 반대하는 세르비아의 야당과 힘을 합쳐 선거에서 밀로셰비치에게 대항할 계획.

듀카노비치 대통령이 이끄는 ‘더 나은 삶을 위하여’연립정파는 총선에서 49.5%를 득표, 친(親)밀로셰비치 정파인 사회인민당(36.1% 득표)을 눌렀다.

듀카노비치 대통령은 “이 승리를 토대로 신유고연방에서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겠다”고 다짐해 밀로셰비치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미국과 EU의 입장〓유럽연합(EU)과 미국은 코소보주 사태가 인근 알바니아와 마케도니아로 확산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 EU는 신유고연방 정부에 “코소보주의 알바니아계와 직접 대화해 문제를 풀라”고 종용하고 있으나 신유고연방은 “남의 나라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코소보사태가 전면 내전으로 비화하면 이들 국가의 다수 인종인 알바니아인들이 같은 알바니아계를 지원할 수밖에 없어 발칸반도 전체가 전운에 휩싸일 수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고위관계자들도 “밀로셰비치는 분리주의 반군들을 싹쓸이하기로 나선 것 같다”며 심각한 반응이다.

〈윤희상기자〉he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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