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밀수와의 전쟁」…작년 稅收감소 8조원

  • 입력 1998년 6월 3일 20시 02분


“핵폭탄과 항공모함만 빼고 무슨 장비든 동원해 밀수를 근절하라.”

중국의 주룽지(朱鎔基)총리가 지난달 말 공산당 중앙위 교시를 통해 이같은 지시를 내렸다.

주총리는 “첨단장비를 갖춘 밀수꾼들을 단속하기 위해 해관(세관)도 각종 첨단장비를 최대한 갖추라”며 “해관산하에 공안(경찰)부대도 설치해 밀수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밝혔다.

주총리는 또 “밀수품을 적발하면 적발기관이 50%를 갖고 나머지는 지방정부 몫으로 주겠다”며 “중앙정부는 밀수가 근절되는 것만으로 만족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밀수와의 전쟁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밀수를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국가경제 질서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사태인식 때문. 당국은 지난해 밀수로 인한 세수감소가 약 5백억위안(약 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중앙재정총수입 4천8백19억위안의 약 10%에 해당하는 금액.

중국에서의 밀수행위는 주로 해외에서 각종 원자재나 제품을 배로 실어와 광둥(廣東)성 주장(珠江)삼각주를 비롯한 해안지역에 은밀히 내려놓는 것. 또 나진선봉 등 북한지역을 거쳐 자동차 등이 몰래 들어오기도 한다.

밀수가 가장 성행하는 광둥성은 세관이 올들어 4월말까지 1천5백여건을 적발, 8억2천만위안어치의 밀수품을 압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밀수건수가 107%나 증가했고 금액기준으론 117%가 늘어난 것.

밀수품목은 화공원료 정유제품 자동차 자동차부품 등에서부터 컴퓨터 철강재 식용유 등 거의 모든 분야의 물건들이 포함돼 있다.

최근 담배 1만상자를 실은 남미 벨리세 선적의 밀수선을 적발한 세관당국은 선박의 ‘장비능력’에 새삼스레 감탄했다고 한다.

첨단 통신장비로 각지역의 경비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30분만에 화물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 이들은 중국내 지하판매조직을 이용, 10일만에 밀수품을 처분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은 밀수품이 국내제품에 비해 싸고 좋은데다 지방이기주의까지 한몫하면서 밀수가 크게 성행하는 것으로 보고 중앙정부가 직접 ‘밀수와의 전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황의봉특파원〉heb86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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