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문 사태는 인권을 쟁취하기 위한 민주화운동”이라고 주장하면서 홍콩에서 유일하게 일반 대중에 전시돼 온 ‘치욕의 상’(사진)이 6·4사태 9주년을 맞아 화물용 컨테이너에 ‘유치’될 운명을 맞았다.
홍콩특별행정구는 2일 “더 이상 ‘치욕의 상’을 홍콩내 어느 공공장소에서도 전시를 금한다”고 결정했다.
홍콩정부는 최근 정부관계자 등 37명으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열어 표결에 부친 결과 공공장소 전시에 대해 반대 19, 찬성 18의 한표차로 전시를 금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홍콩의 민주화단체는 홍콩의 중국귀속을 앞둔 지난해 6월4일 6·4사태 8주기를 맞아 덴마크의 조각가 젠스 갈쉬오트로부터 ‘치욕의 상’을 기증받아 홍콩섬 빅토리아 파크에 설치한 후 톈안문사태 기념식을 가졌으며 이튿날 홍콩대 구내로 옮겼다.
3개월여 동안 홍콩대에 설치된 ‘치욕의 상’은 그 동안 홍콩의 각 대학을 순회하며 학생과 대중에게 전시돼왔다.
지난달 31일에는 시민과 학생 등 3천여명이 6·4사태 9주년 기념기간을 시작하면서 ‘치욕의 상’을 다시 빅토리아 파크로 옮겼다.
그러나 홍콩정부가 2일 공공장소에서의 전시를 금지함에 따라 민주화단체들은 4일 기념식이 끝난후 일단 화물용 컨테이너에 옮겨 보관한 후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임시 전시장소 등을 물색할 예정이다.
높이 8m 무게 2t의 청동으로 된 이 조각상은 톈안문사태 당시 희생된 사람들 50명의 고통스러운 몸부림을 형상화해 보여주고 있다.
또 상을 받치고 있는 사각형의 기단부 각 면에는 ‘육사도살(六四屠殺)’, ‘군과 탱크에 의해 진압된 평화시위를 기리기 위해 이 조각상을 세운다’는 등 톈안문사태에 대해 베이징(北京)당국의 입장과 정면으로 맞서는 문구들이 새겨져 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