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고속철 참변]행정당국-경찰-승객, 사고원인 엇갈려

  • 입력 1998년 6월 4일 20시 30분


3일 독일 북부 에셰데에서 발생한 독일 역사상 최악의 열차사고인 ICE고속열차 탈선사고로 인한 피해자가 사망 1백20여명, 부상 3백여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지 만 하루가 지난 4일 현재 정확한 사고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독일국영철도회사(DB)와 경찰측이 목격자 기관사 승객 등을 대상으로 사고원인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뮌헨에서 하노버를 거쳐 함부르크로 향하던 ICE 884 사고열차는 3일 오전 11시10분(한국시간 오후 6시10분) 하노버 북쪽 50㎞ 지점의 에셰데역쪽으로 운행중 갑자기 선로를 이탈했다.

탈선한 객차들은 시속 2백㎞의 속도로 고가도로 교각으로 돌진하면서 차체가 찢어지고 그 충격으로 교각이 붕괴되면서 고가도로가 무너져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이탈리아를 방문중이던 헬무트 콜 독일총리는 사고 소식을 듣고 3일 저녁 급거 귀국했으며 고속철도 신칸센(新幹線)과 TGV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과 프랑스도 자국 고속열차와 철도 등에 대한 긴급점검에 들어갔다.

○…사고 직후 현지 목격자와 행정당국은 “고가도로 위쪽에서 차량 한대가 가드레일을 받고 철로 쪽으로 떨어져 달리던 고속열차와 부딪치면서 열차가 탈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경찰 대변인은 “인근의 선로보수공사가 이번 참사의 주원인이었을 수 있다”고 말해 열차 자체의 결함 또는 선로 결함이 사고의 원인이었음을 시사했고 부상한 한 승객은 “사고 2분 전부터 열차가 이상하게 진동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증언하는 등 사고원인이 엇갈리고 있다.

맨앞쪽 기관차는 탈선이나 충돌없이 에셰데역까지 진입해 더욱 혼선을 주고있는데 사고 기관사는 “열차는 탈선 전에 아무 것과도 충돌하지 않았다”고 진술.

DB측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열차나 선로 자체에는 아무런 기술적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

○…이번 참사 원인이 차량의 기술적 결함 또는 선로결함으로 판명되면 독일 철도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전망.

독일측은 ICE가 한국의 경부고속전철 사업 등 세계 여러나라에서 프랑스의 TGV 및 일본의 신칸센과 수주경합을 벌여왔기 때문에 국내사업은 물론 특히 수출에 큰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 또 독일이 개발한 차세대 초고속자기부상열차 트란스라피트의 수출에도 큰 지장을 초래할 전망.

○…독일 공영 ARD TV는 이 사고로 1백∼1백20명이 현장에서 숨졌고 중상1백명, 경상 2백명 등 3백여명이 부상했으며 기관사 등 1백여명은 무사했다고 보도. 정원 7백59명인 사고 열차에는 7백명 가량의 승객이 타고 있었으며 최고시속은 2백80㎞이지만 사고 당시에는 시속 2백㎞로 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현장은 총길이 4백10m인 사고 열차의 객차 13량중 앞부분 4량이 충돌충격으로 갈라진 채 압착됐고 나머지 객차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무너진 고가도로 잔해에 깔리는 등 참혹한 광경.

사고 직후 경찰과 소방대, 사고지점부근 군부대 인력 등 2천여명이 출동해 구조작업을 펴고 수십대의 앰뷸런스와 헬기 15대가 출동해 부상자들을 후송하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사고가 난 고속열차 뒤칸에 탑승한 한 승객은 3일 SAT1 TV를 통해 “철로위에 무엇인가 놓여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진술. 그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 서로 쳐다보았으며 그 순간 열차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회상. 잠시 후 열차의 기관차가 객차와 분리됐으며 뒤따르던 객차들이 잇따라 선로를 이탈하면서 뭉개졌으며 고가도로 교각과 충돌하기도 했다고 이 승객은 상황을 설명.

그는 “충돌순간 몸이 공중으로 내던져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몸을 숙이자 비명소리가 들렸다”고 설명.

〈에셰데(독일)DPA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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