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고속철 참변]「꿈의 열차」고속철 안전한가?

  • 입력 1998년 6월 4일 20시 30분


3일 발생한 독일의 고속전철 ICE의 탈선사고를 계기로 시속 2백㎞ 이상으로 달리는 ‘탄환철도’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전세계에서 운행되고 있는 고속전철은 독일의 ICE와 프랑스의 TGV, 일본의 신칸센 등 3종류.그동안 TGV가 혹한으로 운행이 지연되거나 신칸센이 전용철로의 균열로 긴급보수에 나서는 등 ‘가벼운 사고’가 있기는 했으나 이번처럼 대형참사가 발생한 적은 없다.

이번 ICE의 탈선사고도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자동차와 충돌한 뒤 탈선한 것으로 밝혀져 고속열차 자체의 결함때문에 대형사고가 발생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최고 상업속도인 시속 3백㎞까지 낼 수 있는 고속철도의 사고는 자칫 대형사고로 번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각국은 나름대로의 안전대책과 장치를 강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부고속철도의 기종으로 선정된 프랑스 TGV의 경우 철로위를 지나는 고속도로 주변에는 차량이나 사람이 철로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물형태의 방지막을 설치하고 이물체의 접촉을 감지하는 센서를 부착토록 하고 있다. 이물체가 그물에 닿을 경우에는 자동적으로 부근을 지나는 고속철에 경보가 전해진다.

신칸센의 경우도 철로 위를 지나는 도로 양쪽에 콘크리트벽을 설치하고 이 콘크리트벽이 자동차의 충돌로는 무너지지 않도록 강력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철로의 안전에 관해 TGV는 레일이 철도운행으로 섭씨 80도 이상으로 과열되는 경우에는 선로변에 설치된 ‘핫박스’를 통해 자동정지 신호를 열차에 보내도록 하고 있다. 또 △시간당 60㎜ 이상의 폭우 △초당 20m 이상의 강풍이 부는 경우 철로변 20㎞ 지점마다 설치된 감지기를 통해 부근을 지나는 열차가 서행 등 안전조치를 취하게 한다.

ICE역시 앞쪽 2천8백m앞에서 장애물을 감지, 열차를 자동정지시키는 레이저감지장치를 갖고있으나 이번 사고에서 작동됐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있다.

지진이 많은 일본의 경우 지진이 발생하면 신칸센이 자동적으로 정지하도록 했으며 선로에 대한 정기적인 순찰과 점검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든 고속철의 경우 철로 이상이나 전방에 이물체의 출현 등 이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감지하는 장치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으나 시속 2백㎞ 이상으로 달릴 경우 3∼4㎞ 이상의 정지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충돌사고를 완전히 방지할 수는 없다.

나카무라 유타카(中村豊) 전 일본철도종합연구소부장은 “고속철도 사업이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경쟁에 치중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빨리 달리는 열차만이 능사가 아니며 안전사고 방지를 최우선 과제로 하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쿄〓권순활특파원·구자룡기자〉kwon88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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