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황제 빌 게이츠 『사면초가』…각계 『타도』원성높아

  • 입력 1998년 6월 4일 21시 29분


“손 끝에 모든 정보를!”이라는 말을 유행시킨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회장. 세계 PC운영체제(OS)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MS사의 무차별적인 사업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법무부가 이달 25일 판매를 시작하는 ‘윈도98’에 문제를 제기, MS사를 반(反)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하기 전까지만 해도 MS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부동의 제왕’이었다.

그러나 미 법무부와 20개주 검찰이 5월 18일 MS사를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MS를 법정에 세우겠다는 미정부방침에 게이츠회장도 강공 전략. 그는 “윈도98 판매는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며 PC제조업체들에 윈도98 패키지를 발송했다.

재닛 리노법무장관은 이에대해 “MS사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컴퓨터 운영체제와 인터넷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막고 미국과 세계 소비자들의 선택을 제한해왔다”고 강도높게 비판, 법정에서 일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번 MS 대 정부의 싸움은 지난 해 12월 미 연방법원이 MS사측에 운영체제 내에 다른 소프트웨어를 끼워파는 것을 금지한다고 예비 판결한 뒤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핫이슈는 역시 윈도98에 끼워넣은 익스플로러. 게이츠회장의 오판으로 인터넷 시장에 늦게 뛰어든 MS사의 인터넷 시장 만회전략이었다. MS로선 세계 1위의 넷스케이프사 내비게이터에 이은 시장점유율 2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노릇.

“소프트웨어를 공짜로 주는 것은 공산주의자나 하는 일”이라고 임원회의에서 비아냥거리던 게이츠회장도 시장확대에 급급한 나머지 끝내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를 무료로 배포했다. 게다가 새로 출시하는 윈도98에 익스플로러를 끼워 팔아 넷스케이프를 쓰러뜨린다는 전략이었다.

넷스케이프도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에 ‘마이크로소프트를 때려잡자’는 대형 플래카드를 붙여놓고 있을 정도로 MS사와 게이츠회장에게 적개심을 불태우고 있다.

MS사의 맹공에 밀려 사운(社運)까지 흔들렸던 넷스케이프가 MS 대 정부가 한판 붙자 때맞춰 내비게이터와 개발자료(소스)를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했다. 넷스케이프 짐 박스데일회장도 올해 연봉을 1달러만 받기로 하고 반MS 전선에 비장하게 나서고 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도 마찬가지. 이 회사가 인터넷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인터넷개발언어인 ‘자바(JAVA)’ 영역까지 MS사가 목죄어오고 있기 때문. 스콧 맥닐리 회장은 “빌 게이츠는 이 시대에 가장 위험한 기업인”이라고 성토했다.

MS사 역시 필사적이다. 지난 달 14일 방한한 MS의 제2인자 스티브 발머부사장은 기자간담회장에서 주먹까지 휘두르며 “우리는 기필코 승리한다. 우리는 (AT&T처럼) 회사를 분할할 어떤 계획이나 논의도 없다. 윈도98과 익스플로러의 결합은 기술혁신이자 고객에게 더 좋은 제품을 주려는 의도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MS사의 반독점법 위반 소송의 재판일자는 최근 9월8일로 결정됐다. 이 소송을 누가 이기든 정부보다는 MS사가 결국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 소송을 이긴다면 MS의 인터넷 시장 정복이 한층 가속화하겠지만 만약 진다면 넷스케이프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시장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만 한다. 최악의 경우 MS사가 강제 분할되는 위기에까지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S 내부에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등 제품을 만들고 시장 점유율만 높으면 최고’라는 MS의 엘리트주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이를 반영하듯 게이츠 회장 자신도 3월 미 상원 법사위 청문회이후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느라 애쓰고 있다. 그는 뉴욕 빈민가를 방문하고 딸과 동요를 부르는 모습을 일반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또 캘러웨이의 골프용품 광고에 출연해 연신 미소를 띠며 “저도 사실 골프를 좋하하는데 이 제품을 애용합니다”며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정작 이 논쟁의 불모지는 한국. MS와 인텔(윈텔)의 시장독점이 미국보다 더 심한 곳은 바로 ‘한국’. 한국에서 MS사의 운영체제는 95%, 인텔의 펜티엄칩은 90%이상 시장을 석권하고 있기 때문. 국내 PC업체 소프트웨어업체, 심지어 정부까지도 MS의 독점 문제를 단순히 남의 집 얘기로만 치부하고 있다.

NEC IBM 등 PC업체들이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자사 PC에 들어가는 윈도98에서 익스플로러를 빼든지 내비게이터를 함께 제공하겠다는 잇따른 발표와 자못 대조적이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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