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수하르토 왕국…一家 공직-경영일선 퇴진

  • 입력 1998년 6월 7일 20시 14분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전대통령이 세운 ‘자바왕국’이 해체위기를 맞고 있다. 국민이 본격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수하르토일가에 기대하는 ‘적정선’은 친인척의 공직사퇴, 경영일선 퇴진에서 재산몰수, 사법처리까지 다양하다.

이는 지난달 21일 수하르토사임 직전 이슬람단체 등 재야진영이 ‘명예롭게 물러나길 바란다’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같은 분위기 반전은 이달 들어 일부 현지 신문에 ‘수하르토 일가의 총재산은 8백억달러’라는 머릿기사가 실리면서부터 시작됐다.

국민의 공분(公憤)이 일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수하르토일가의 공직사퇴 경영일선 퇴진선언이 잇따랐다. 우선 4일 차남 밤방과 큰사위 인드라 루크마나가 거대재벌 비만타라 시트라 그룹의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경영부진을 사퇴이유로 들었지만 반(反)수하르토 정서를 외면할 수 없었다.

수하르토일가가 소유한 기업들도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당장 수하르토 퇴임 이후 과거에 누려오던 은행대출특혜 독점판매권 단독계약 등 모든 특혜가 사라졌다. 특히 3일 법무장관이 수하르토 일가의 출국금지와 부정축재여부 수사 가능성을 시사하자 거래선들이 발길을 끊었다.

수하르토의 장남 시지트와 차남 밤방이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민간은행 BCA는 지난달 파산했다. 예금자들이 은행도산을 우려해 일시에 예금을 인출했기 때문이다. 자카르타를 방문한 외국인들도 호텔투숙에 앞서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묻고 있다. 수하르토일가 소유 호텔은 신변안전을 자신할 수 없다는 이유다.

특히 자카르타시는 3남 후토모 소유의 빌딩 2채를 “건축법 위반사실이 드러난 만큼 법규에 따라 정부소유로 귀속한다”고 발표해 ‘세상이 달라졌음’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하비비대통령과 군부는 수하르토 일가에 대한 ‘정권범죄차원의 단죄’에 부정적이다. 하비비대통령은 최근 수하르토일가의 재산몰수와 처벌정서에 대해 “과거에 집착하면 끝이 없으며 우리는 미래 건설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아직도 막강한 군부실세인 위란토 장군 역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인도네시아의 지식인들은 수하르토 일가에 대한 처리는 역시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다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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