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換위기 무풍지대」신화 깨지나

  • 입력 1998년 6월 14일 19시 40분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소댕 보고 놀란다.’

일본 엔화가치의 폭락에 놀란 홍콩당국이 ‘홍콩달러 챙기기’에 나섰다.

금융관리국은 12일 “하루 두차례씩 홍콩금융기관의 외환보유 및 일일 거래상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심하게 출렁거리는 홍콩은행간 이자율을 안정시켜 국제투기자본의 ‘도전’을 피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홍콩달러가 어느때보다 심각한 평가절하 압력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나온 조치. 홍콩달러가 무너지면 중국 위안(元)화 평가절하압력도 높아진다.

이 때문에 요즘 ‘홍콩달러 연동(페그)시스템’의 존속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홍콩당국의 입장〓홍콩달러 환율은 15년 전부터 미 달러화에 고정돼 있다. 홍콩경제가 성장한 바탕에는 ‘홍콩에 투자하면 환차손만은 절대 없다’는 외국자본의 신뢰가 깔려 있다.

홍콩 금융관리국은 “평가절하는 절대로 없다”고 펄쩍 뛴다. ‘1달러〓7.8홍콩달러’라는 고정환율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돈은 빠져나가고 홍콩경제의 기반은 뿌리째 흔들릴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홍콩은 중국에 대한 외국인자본의 투자창구역할도 맡고 있다. 홍콩경제가 휘청거리면 중국의 외환사정도 어려워지고 위안화 환율고수도 힘들어진다.

▼문제는?〓홍콩의 고정환율을 유지해온 정책수단은 두가지. 평가절하가 예상되면 이자율을 높여 달러를 끌어들이고 비상시엔 외환보유고를 동원, 환율을 유지해왔다.

동남아위기 이후 두차례 홍콩달러 투매사태가 나자 당국은 하룻밤 콜금리를 무려 250%로 높이는 극약처방을 내리기도 했다.

문제는 올초 환율방어 과정에서 13∼14%대로 치솟은 이자율이 홍콩기업에 막대한 이자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 지난해 7월말 연율(年率)기준 6.6%였던 홍콩은행간 30일물 대출금리는 11일 15.5%까지 올랐다.

고금리를 낮추려면 보유외환을 풀어야 한다. 홍콩의 외환보유고는 97년말 현재 9백28억달러나 되지만 아시아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얼마나 버텨낼지 의문이다.

더욱이 83년 이후 물가는 미국보다 2배나 올랐다. 15년간 명목환율이 고정돼 있었기 때문에 홍콩달러의 실제 가치는 미국달러에 비해 엄청나게 과대평가 돼있는 셈이다.

최근 주변국 화폐의 평가절하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도 문제다. 고평가된 홍콩달러로는 93년이후 계속된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어렵다.

▼전망〓대안론과 현상유지론이 부딪친다.

대안론은 홍콩달러를 소폭 평가절하한 후 다시 고정하자는 ‘한발 물러서기’ 전략. ‘1달러〓10홍콩달러’ 정도로 환율을 조정한 뒤 철저한 환율방어에 나서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아직까지는 그대로 버텨보자는 현상유지론이 우세하다. 어떤 변화든 ‘홍콩신화’에 대한 의심을 주어 외국자본의 유출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모험은 피하자는 것이다.

더욱이 홍콩반환 1주년을 앞두고 ‘성공적인 일국양제(一國兩制)’ 이미지를 강조해온 중국과 홍콩당국이 평가절하를 쉽게 선택할 것 같지는 않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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