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분야가 프랑스 월드컵축구대회를 계기로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
이브 생 로랑, 다니엘 에스테, 파코 라반 같은 유명 패션디자이너들이 축구를 주제로 한 신작을 내놓거나 월드컵 유니폼을 디자인하는 등 축구분야에 잇따라 악수를 청하고 있다.
7월12일 대망의 월드컵 결승전 경기가 치러질 파리 근교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는 경기에 앞서 3백여명의 모델이 출연하는 생 로랑의 매머드 패션쇼가 열린다. 프랑스가 보물로 여기는 그의 디자이너 입문 40주년을 기념하는 이 패션쇼에는 몬드리안의 그림을 모티브로 한 드레스 등 그의 대표작과 함께 월드컵 공식 유니폼들이 선보인다. 월드컵 기간 중 프랑스월드컵 조직위원회와 국제축구연맹(FIFA)관계자 4천2백여명이 입는 공식 유니폼도 생 로랑의 작품.
다니엘 에스테는 1월 프랑스축구연맹과 손잡고 프랑스대표팀 유니폼 독점공급권을 따냈다. 그의 가게에서만 살 수 있는 이 유니폼 한 벌의 값은 2천8백프랑(약 67만원).
월드컵 특수를 겨냥한 디자이너들의 작품도 눈에 띈다. 파코 라반은 올여름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 컬렉션에 축구공을 모티브로 한 월드컵 응원복을 내놓았다. 타조가죽을 소재로 한 모자 재킷 바지 및 축구공 모양의 핸드백 등 한 세트의 값은 자그마치 9만8백프랑(약 2천1백80만원). 가죽제품 디자이너 루이 뷔통은 갈색바탕에 자신의 이니셜을 새긴 축구공을 한정 생산해 시장에 내놓았다. 그러나 개당 가격이 2천8백프랑이나 돼 차는 대신 장식장에 모셔둬야 할 판.
만년필제조업체 워터맨사는 뚜껑에 월드컵 우승컵을 새긴 신제품 2천개를 한정품으로 내놓았다. 미국 디자이너 랄프 로렌도 지난달 15일부터 폴로스포츠 향수를 구입할 경우 자신의 로고가 새겨진 축구공을 기념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니트 디자이너 소니아 리키엘도 니트 운동복, 축구장 모양의 시계, 작은 축구공을 끼워넣은 크리스털 장식품 등 사치품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내놓아 프랑스 디자이너 사이에 월드컵바람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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