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가 급락, 하와이 여행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 달러당 1백10엔대였던 엔화환율이 1백45엔대까지 치솟아 하와이 여행비용이 엔화로 20% 이상 오른 것이 부담이 됐다.
엔화약세와 불황의 영향으로 올들어 일본인의 해외여행은 작년에 비해 매달 10%가량 줄고 있으며 올여름 휴가때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엔화약세의 직격탄을 받아 선망하던 미국이나 유럽여행 대신 한국이나 대만 등 여행경비가 싼 곳으로 바꾸는 사람이 늘고 있다.
도쿄(東京) 긴자(銀座)에서 수입상품 대리점을 하는 무라타 마리코(村田眞理子·40)는 “손님이 30%나 줄었다”며 울상이다. 지난날 엔화강세 시절 고급 외제품을 즐겨찾던 일본인들의 소비패턴도 크게 바뀌었다.
이처럼 일본 국민은 엔화의 하락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경제계의 반응은 다소 복잡하다.
극심한 내수침체로 불황에 시달리던 제조업계는 엔화약세에 따른 수출증가 효과를 내심 반기고 있다. 특히 자동차 철강 컴퓨터업계는 요즘 수출납기를 대기 어려울만큼 호황이다. 15일 발표된 4월중 경상수지 흑자액이 전년동기대비 10.3%(무역수지 흑자액은 35.0%)나 늘었다는 통계는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수출이 늘면서 미국 철강업계와 노조가 일본업체를 덤핑혐의로 미국정부에 제소함에 따라 무역마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면 금융기관들은 죽을 맛이다. 가뜩이나 불량채권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판에 엔화약세가 아시아 금융불안으로 다시 이어질 경우 아시아 각국에 빌려준 돈을 무더기로 떼이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본 금융계 관계자는 “한국이나 동남아에 본격적인 금융위기가 재연되면 일본은행들의 자력갱생은 불가능해진다”고 걱정했다.
결국 현재의 엔화급락세를 일본에서는 제조업계를 제외하고 모두 부담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kwon88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