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폭락/1달러=146엔대]『내년 여름엔 2백엔』전망도

  • 입력 1998년 6월 15일 19시 53분


“방파제가 무너졌다.”

달러당 엔화환율이 1백46엔을 넘어선 15일 도쿄(東京)외환시장의 모습은 ‘홍수’에 잠긴 마을을 연상케 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1백40엔과 1백45엔이 차례차례 무너지면서 국제금융계의 관심은 이제 엔화약세가 어디까지 가며 이를 저지할 묘책은 없는지에 쏠리고 있다.

먼저 올 2월부터 급전직하로 떨어지고 있는 엔화가치 추세와 ‘엔화팔기’현상을 효과적으로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도쿄(東京)의 외환전문가들은 지난주처럼 금융공황 전야를 방불케 하는 폭락세가 매일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엔화약세라는 기본적인 흐름에는 변화가 없어 조만간 달러당 1백50엔대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엔화강세 시대는 끝났다”며 내년 여름까지 달러당 2백엔을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엔화약세 행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의 바탕은 분명하다. 엔화약세는 공전의 호황을 구가하는 미국과 2차대전 패전후 최악의 경기침체에 빠진 일본의 경기격차와 이에 기인하는 금리격차에서 비롯한다는 것.

특히 70조엔으로 추정되는 일본 금융기관의 천문학적 불량채권 등 일본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하루아침에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엔화약세를 스스로 저지할 힘이 없다는 분석이다. 물론 국제사회가 엔화가치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 공동개입해 엔화환율을 일시적으로 끌어내릴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약효를 갖는 아편에 불과하다. 더욱이 미국은 엔화가치방어를 위한 시장개입에 소극적이다.

일본내에는 엔화약세 추세를 반전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대로 방치하면 아시아는 물론 세계경제에 큰 해가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국제사회의 협조개입을 통해 엔화폭락을 저지하면서 일본경제 회복과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NEC의 가네코 히사시(金子尙志)사장은 “외국인투자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항구(恒久)감세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샤프사 가쓰라 다이조(桂泰三)부사장은 “일본이 불량채권 처리를 서두르는 등 근본적인 구조개혁에 나서야만 엔화약세가 멈출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법인세율 인하 및 시장개방과 규제완화를 통한 수입증가로 내수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kwon88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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