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만5천여명의 응시생들은 철학시험을 시작으로 22일까지 전국 3천여 고사장에서 역사 과학 문학 프랑스어 등의 시험을 치르게 된다. 시험감독으로 동원되는 교사만 10만6천명, 수험생들에게 나눠주는 답안지가 4백만장. 프랑스에서 바칼로레아는 규모나 국민의 관심사 측면에서 국가적 행사다.
데카르트나 파스칼같은 철학자를 배출한 나라답게 바칼로레아의 철학시험은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행복은 모든 행동의 목적인가’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의 경계선을 규정할 수 있을까’같은 주제가 나온다. 물론 정답은 없다. 대신 논리적 일관성과 사고력 및 그 폭을 평가한다.
1808년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이 지시해 시작된 바칼로레아는 ‘2세기에 걸친 역사적 기념물’이란 별칭을 갖고 있다. 처음에는 파리 지역에서만 구술시험으로 치러지다가 1812년 전국으로 확대됐다. 1830년에 인문분야 필기시험이 도입되고 1874년에는 과학분야, 1945년에는 기술분야, 1970년에는 음악 예술분야 시험이 차례로 생겨났다.
지난해까지는 프랑스 전국을 2∼4개 지역으로 나누어 문제를 달리했으나 올해는 전국의 수험생들이 똑같은 문제를 놓고 시험을 치르게 된다. 지역간 형평성을 고려한다는 취지다.
전체적으로 응시자 수는 지난해보다 1.1% 늘어났다. 그러나 경제 사회 문학 등 56%(35만4천6백명)를 차지하는 일반 분야 수험생은 오히려 0.82%포인트 줄었다. 이에 비해 기술분야는 3.2%포인트, 전문분야 수험생은 4.8%포인트 늘어나 지원자의 전문화 추세를 엿볼 수 있다. 바칼로레아는 1900년만 해도 합격률이 11%에 불과한 엘리트 선발시험이었으나 70년 20%, 80년 25%, 92년 50%로 합격자가 급증해 지난해의 경우 61%였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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