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화의 전신은 제국마르크화. 이 돈은 독일인에게 아직도 악몽으로 남아 있다. 1차세계대전 뒤 전승국들에 배상금을 주기 위해 돈을 찍어 갚았고 이로 인해 23년 한해동안 물가는 20억배가 올랐을 정도.
이를 경험한 독일인은 ‘화폐가치의 안정’을 열망했다. 2차대전이 끝난 뒤 48년에 출범한 서독정부는 화폐개혁을 단행, 현재의 마르크화를 도입하면서 지금까지 가치안정을 위해 강력한 반인플레정책을 펴고 있는것도 이같은 끔찍한 경험 때문이다.
마르크화 지폐에는 우아한 귀부인 모습이 들어 있다. 작곡가인 로버트 슈만의 부인이자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 슈만. 두차례에 걸친 혹독한 전쟁에 시달린 독일이 군국주의나 민족주의 냄새를 피우지 않으려는 배려에서였다.
그러나 유럽통합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 도입되는 유럽 단일통화 ‘유러’로 인해 마르크화의 운명도 바뀐다. 독일 국민은 ‘통화주권’상실이라는 심리적 허탈감으로 아직 반대하는 비율이 높다. 하지만 ‘한지붕 유럽’을 강력히 추진해온 독일이기에 마르크화 포기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여기에는 21세기 유럽도 독일경제가 끌어갈 것이라는 자신감때문. 경제력이 제일 클뿐만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미 프랑크푸르트로 결정됐다. 이곳에는 이달 30일 유러화 도입과 관리를 담당하는 ECB가 공식출범할 예정이어서 마르크화에겐 ‘몹시 아쉬운 장’이 될 전망이다.
〈윤희상기자〉he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