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월드컵열풍]식당-극장가「썰렁」…창당도 늦춰

  • 입력 1998년 6월 23일 19시 46분


세계는 지금 월드컵 열기에 달아올라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월드컵으로 인한 갖가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스포츠라면 축구와 테니스를 대표적으로 생각하는 유럽인들의 일상생활은 거의 마비 상태. 퇴근하면 TV앞에 죽치고 앉아 경기를 보면서 식사도 하고 잠도 자기때문에 ‘소파족’ 또는 ‘월드컵 과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대신 카페나 식당은 텅빈 상태이고 극장들은 월드컵 기간중 아예 신작개봉을 포기했으며 중학교의 기말시험이 대부분 연기됐다.

프랑스 언론들은 “유럽의 소매치기가 월드컵 관광객을 노리고 프랑스로 총집결했다”고 보도할 정도로 소매치기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스코틀랜드와의 개막전이 열린 10일 주식시장이 2시간반 동안 문을 닫았으며 그후에도 외환 및 증권거래량이 50%나 떨어졌다.

20년간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이란에서는 22일 오전 1시반 2대1로 승리하자 테헤란 등 주요 도시에서는 수십만의 인파가 거리로 뛰쳐 나와 “알라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며 소란을 떨었다.

전력난을 겪고있는 서인도제도의 아이티 정부는 “대회기간중 TV 이외에 에어컨과 냉장고 등 모든 가전기기의 전원을 끌 것”을 당부했다. 베트남당국은 월드컵 기간중 전력난이 가중될 경우 도시를 양측으로 나누어 전력을 번갈아 공급할 예정인데 하쿠앙두체육부장관은 “그러면 시민들은 도시 이쪽저쪽을 옮겨다니면서 경기를 볼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에서는 17일 한 청소년교도소에서 4백여명의 수감자들이 월드컵 경기를 보게 해달라며 난동을 벌였고 한 야당은 창당일을 22일에서 월드컵 경기가 끝난 뒤인 7월 중순으로 연기했다.

중국에서도 축구는 최고의 인기종목. 때문에 빌 클린턴미국대통령의 중국방문도 국민에게는 안중에 없을 정도. 월드컵을 취재하기 위해 프랑스에 파견된 취재인력만도 1백명이나 되며 전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다. 베이징(北京)시내 이허체육장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 경기를 보느라 매일밤 수만명이 밤을 새고 있다.

〈김태윤기자·베이징·파리〓황의봉·김세원특파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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