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값 3달만에 상승…삼성전자등 減産 영향

  • 입력 1998년 6월 26일 20시 37분


끝없는 가격 하락으로 고전하던 국내 반도체 업계가 모처럼 웃음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각각 일주일씩 라인 가동을 멈추는 등 감산에 들어간 이후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 반도체는 국내 전체 수출의 13%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주력 수출품이다.

미주 현물 시장에서 D램 가격은 세계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가 감산을 발표한 10일을 전후해 소폭 상승했다. 국내 업계의 주력 제품 가운데 하나인 64메가 싱크로너스D램(8×8메가형)의 경우 감산 발표 직전인 6월초 7.39∼8.14달러선까지 떨어졌으나 24일 현재 7.94∼8.59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소폭이나마 오른 것은 3월 이후 처음 있는 일.

이번 가격 상승은 감산에 따라 공급이 줄어든 것 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라인 가동을 멈췄다고는 하지만 업체마다 2개월 정도의 재고 물량이 남아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공급 감축 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가격 상승폭이 그리 크지 않은 것도 이 때문.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재고 물량이 소진되는 8월 중순경이면 가격이 눈에 띄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경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미주 현물 시장에서 최근 딜러의 ‘사자’ 주문이 크게 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LG반도체의 한 관계자는 “컴팩이나 델 등 미국의 대형 PC메이커들의 경우 반도체를 주문할 때 예전 구입 가격보다 낮춰부르는 게 관례였지만 요즘은 전혀 그런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아직 감산 발표를 미루고 있는 LG반도체와 NEC 등 일본 업계가 7월중에 감산에 합류할 경우 가격 상승폭은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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