比 에스트라다대통령 취임…경제난 해결 큰짐

  • 입력 1998년 6월 30일 19시 42분


조지프 에스트라다 신임 필리핀 대통령(61)이 30일 6년임기의 13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이날 취임식은 1백년전 필리핀 첫 의회가 열렸던 마닐라 인근 바라소아교회에서 열렸다.

에스트라다는 전임자인 피델 라모스대통령과 함께 중세 스페인풍의 검은 마차를 타고 행사장에 도착했다.

에스트라다가 “감격과 걱정이 교차한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듯이 새정권을 바라보는 국내외의 시각 또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역시 경제문제. ‘아시아의 환자’라고 불리며 수렁속에서 헤매던 필리핀 경제는 라모스의 재임기간중 매년 6∼8%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만큼 회복됐다. 그러나 에스트라다는 스스로도 숨기지 않을 만큼 경제에 관한한 ‘백지’나 다름없어 회복단계에 들어선 필리핀 경제가 또다시 주저앉을지도 모른다는 것. 더구나 아시아경제위기 영향으로 최근 실업률이 높아지고 물가가 뛰고 있다.

이에 따라 에스트라다는 30여명에 이르는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을 임명, “머리를 빌려서라도 경제를 회복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야당이긴 하지만 해외유학파 경제학 박사인 마카피칼 전대통령의 딸 아로요(50)가 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그로서는 더할나위 없이 ‘궁합’이 잘 맞는 파트너를 만난 셈.

대학 중퇴 학력에다가 B급 영화배우 출신이라는 전력때문에 과연 에스트라다가 국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그는 필리핀 공용어인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필리핀어로 취임사를 한 첫 대통령이 됐다.

그의 친(親)마르코스적인 정치적 성향도 반대파와의 갈등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이날 퇴임한 라모스 대통령은 교황을 비롯해 93개국 지도자들에게 일일이 감사와 고별 편지를 보냈다. 6년간 집권하는 동안 라모스는 경제성장과 무장반군과의 평화협상 등 필리핀 발전에 많은 성과를 남겼다.

무엇보다 지지자들이 개헌서명운동을 벌일 만큼 ‘연임 유혹’을 받기도 했으나 이에 흔들리지 않고 선거를 통해 여야간 정권 교체를 이뤄내 필리핀 민주주의 발전에 새로운 장을 열기도 했다.

퇴임 전날 열린 고별연에서 각료들은 라모스 전대통령에게 눈물과 박수로써 존경을 표시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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