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는 올해 들어 “평가절하는 없다”고 강조해왔다. 지난달 27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중국주석의 베이징(北京)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은 위안화 환율의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중국의 약속을 환영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중국을 주시한다. 평가절하에 관한한 거짓말을 하지 않는 나라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만 해도 81년 이후 여섯차례에 걸쳐 평가절하를 했지만 항상 “절하계획이 없다”고 바람을 잡았다가 수출촉진에 필요하다며 기습적으로 이를 단행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경제성장률 추정치가 7%로 알려져 올해 목표인 8%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자 절하 단행이 임박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내년초 15% 정도 절하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도 있다.
중국의 입장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실업자의 급증으로 사회불안이 증폭되는 가운데 고용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더욱이 지난해 17.8%로 전년의 25%에서 다소 후퇴했던 수출신장률은 올해 들어 크게 뒷걸음치더니 올 5월 수출은 22개월만에 처음으로 1.5% 감소로 반전됐다.
중국지도부는 최근 “엔화가치가 계속 하락할 경우 수출이 심각한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는 발언을 자주 해 평가절하를 위한 명분쌓기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엔화가치 하락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가 ‘미국 일본의 중국때리기’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신화통신은 “아시아 금융위기를 처음에는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던 미국이 뒤늦게 불끄는데 참여, 중국을 진퇴양난에 빠뜨렸다”고 비난했다.
상하이(上海)경제연구센터는 “미 일과의 위안화 보위전(保衛戰)에서 중국은 환율유지를 위해 수십억달러를 푸는 등 1백억달러 이상의 손해를 봤을 것”이라고 분노를 나타내기도 했다.
위안화 절하설이 끊임없이 나도는 것은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이같은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중국은 면밀한 계산아래 위안화 방어부담을 지고 있다. 수출에 주름살이 오지만 아직은 평가절하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수출의 비중이 20%선이어서 견딜만 한데다 전체수출에서 일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17% 정도다.
평가절하를 단행할 경우 지난해 4백97억달러(미국측 통계기준)였던 대미 무역역조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점도 중국에는 부담이다.
평가절하에 따라 달러표시 국민소득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도 문제이며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면서 아시아 각국에 고통을 더하는 평가절하를 쉽게 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아시아에서 제2의 환란이 발생할 경우 그 진원지는 위안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형제관계’에 있는 홍콩달러화의 동반 평가절하를 불러오고 이는 아시아금융시장의 돈줄을 마르게 해 세계금융시장의 붕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폭발력을 알고있기 때문에 위안화의 장래에 관해서는 누구도 자신있는 말을 삼가고 있다.
〈베이징〓황의봉특파원〉 heb86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