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유학생 사물놀이패,「장외 월드컵」 흥 돋워

  • 입력 1998년 7월 2일 19시 32분


한국의 월드컵잔치는 끝났다. 그런데 파리 시내의 월드컵 전야제부터 한국이 경기에 지고 돌아온 지금까지 여전히 ‘파리 동남풍’이란 깃발을 휘날리며 신나는 사물놀이로 한국을 알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1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까지 파리 유학생 9명으로 구성된 사물놀이패. 아마추어임에도 “한국에서 파견된 전문공연단이냐”는 질문세례를 받을 만큼 실력은 수준급이다. ‘파리 동남풍’은 프랑스 동남쪽 한국에서 불어온 활기찬 바람이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

이들은 6월 한달 동안 누구보다도 바쁘게 보냈다. 한국경기가 열리는 축구장과 월드컵 기념 문화축제가 열리는 프랑스 지방도시를 누비며 한국의 멋과 흥을 알리는 문화사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출연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빽빽이 짜여진 공연일정에 맞추다 보면 수업을 빼먹기 일쑤. 그러나 우리 전통문화를 알린다는 자부심 하나로 신명나게 돌아다녔다.

‘파리 동남풍’은 대학시절 풍물패로 활약했던 원불교 교무 김재영(金在暎·30)씨가 96년 원불교 파리교당에 부임하면서 열었던 풍물강습회가 모체. 매주 토요일 공설운동장 한 모퉁이에서 1년간 가락과 장단을 익힌 끝에 지난해 5월 파리한인체육대회에서 정식‘데뷔 공연’을 가졌다.

“공연 때마다 주위에 몰려들어 흥겹게 춤을 추거나 환호하는 관광객들을 보며 인류가 한 가족임을 새삼스레 느낍니다.”

19일 프랑스 북부 생말로시 초청 공연을 앞두고 있다는 이들은 “이제는 2002년 월드컵을 위해 북을 두드릴 터”라고 말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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