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브라질 등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졸업한 것으로 여겨지던 나라는 물론 남아공 인도 캐나다 호주 등도 전혀 뜻밖으로 최근 경제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이들이 겪는 증상도 △화폐가치 하락 △주가 폭락 △엄청난 고금리 △국제신용등급 하락 등 지난해 동아시아 위기 때와 비슷하다.
이같은 ‘빈곤의 세계화’ 현상의 배경은 두 갈래다.
국제사회의 골칫거리로 등장한 단기 국제자본의 이동이 첫째 이유.
지난해 하반기 이후 동아시아를 빠져나간 국제자본의 기착지는 러시아 등 동유럽과 중남미였다. 그러나 일본 엔화폭락과 중국 위안(元)화 평가절하설은 동남아와 더불어 3대 신흥시장을 형성하던 이들 지역에 머물던 자금을 미국으로 떠나게 했다.또 다른 이유는 아시아통화의 평가절하에 따른 수출 부진.
브라질은 올해 4월말까지 대(對)아시아 수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18.2%나 감소해 올해 겨우 1%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주가가 40%나 폭락했고 레알화에 대한 단기자본의 투매공세에 대응하느라 한주일 사이 1백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소진했던 브라질은 최근 자본 유출사태로 고민하고 있다.
재정수입의 40%를 석유수출에 의존하는 멕시코는 아시아권의 석유수요 위축으로 재정난에 빠졌다. 올들어 주가는 22%, 페소화가치도 10% 떨어졌다.
러시아의 사정은 더 나쁘다. 모스크바타임스 주가지수는 올초 850에서 5월말 350까지 곤두박질했다. 올해초 달러당 5.998루블이던 환율은 6월초 6.212까지 하락, 정부는 금리를 연 150%까지 높이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6월말 현재 외환보유액 1백억달러, 대외부채 1천4백50억달러의 아슬아슬한 성적표다.
일본에 대한 수출이 3분의 1을 차지하는 호주나 아시아에 대한 농산물 광물수출이 많은 캐나다도 6월말 최악의 화폐가치 하락을 맛봤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잇단 헤지펀드의 공격으로 기진맥진해 지난달 25일 달러당 5.96랜드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외환위기의 세계화를 막을 뚜렷한 정책수단이 없다는데 있다. 각국 정부는 IMF지원금을 기대하면서 고금리를 유지하는 처방을 쓰고 있지만 실효를 자신하기 힘들다.
더욱이 외부충격(외국자본)에 의한 이같은 위기는 단일정부의 인위적 개입으로 치유하기도 힘들다. 아시아 환란은 세계 경제에 던져진 무거운 짐이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