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IMF 분데스방크 합동회의에서 티트마이어총재는 “IMF가 위기에 너무 빨리 개입, 구제조치를 취하면 시장도 긴급구제를 믿고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도덕적 해이가 촉발된다”면서 IMF의 조기개입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IMF는 위기가 발생하기 전 각국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며 또 조기에 채권 채무자들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본래의 ‘촉매’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캉드쉬 IMF총재는 “IMF가 동유럽 남미 아시아에서 취한 조치들이 결코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나는 아시아 위기가 발생하기 18개월 전부터 아시아국가들을 방문해 경고했으나 무시됐다”며 “IMF가 사과를 할 것이 아니라 ‘세계금융경찰’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IMF처방에 대한 논란은 아시아 위기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IMF처방의 핵심은 외환위기가 올 경우 재정금융 긴축, 고금리, 부실기업 퇴출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외국인투자를 다시 끌어들이자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해 앨리스 앰즈덴 MIT대교수 등은 “IMF가 환율안정보다는 아시아 경제의 회생에 초점을 맞춰 금리를 인하, 신용경색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용(李昌鏞)서울대경제학과교수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IMF처방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다른 길을 택할 경우 그야말로 극약처방이 된다”며 “긴축과 개혁을 포기할 경우 물가폭등과 환율하락으로 신뢰는 즉시 무너지므로 해당국가로서는 IMF처방이 그나마 비용을 적게 들이는 길”이라고 말했다.한편 증자 지연으로 IMF의 자금사정이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한 국제금융 소식통이 3일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한국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으로 IMF의 가용자금은 현재 1백억∼1백50억달러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며 “이는 앞으로 돌연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러시아의 경우 현재 1백억∼1백50억달러의 IMF지원을 바라고 있으며 4백30억달러를 지원받기로 한 인도네시아도 40억∼50억달러의 추가 자금지원을 바라고 있다.
〈허승호기자·베를린연합〉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