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중국 상하이 도심에 자리잡은 메이치극장. 1천6백석의 객석을 가득 메운 열기 속에 화려한 러시아 전통 의상과 감미로운 음악, 쏟아지는 조명속에 무용수들이 날아갈 듯 얼음판을 누빈다.
숨죽였던 관중들의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진다.
지난달 10일부터 중국 순회 공연 대장정에 들어간 ‘성 페테르부르크 아이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등 아이스 발레 공연 현장.
단순히 오락적 볼거리를 제공하는 아이스 쇼와는 달리 클래식 발레와 피겨 스케이팅의 절묘한 조화로 다이나믹하면서도 환상적인 솔로와 듀엣 그리고 황홀한 군무를 연출하고 있다.
‘아이스 발레의 산역사’로 불리는 러시아 피겨스타 미하일 카미노프가 예술 총감독을 맡은 이번 공연은 기존의 아이스 발레와도 격을 달리한다.
아이스 링크를 중앙에 두고 사면에서 관중들이 지켜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번 공연은 극장 무대위에 얼음판을 특별 제작, 앞면에서만 관중들이 볼수 있는 극장식 무대(프로시니엄)로 만들었기 때문에 화려한 무대장치 또한 압권이다.
키로프 발레단 주연 출신으로 공연의 연출과 안무를 담당한 콘스탄틴 라사딘은 “아이스 쇼는 음악에 비중을 두고 연출하는데 비해 아이스 발레는 무용수의 테크닉을 가장 중요하게 다룬다”며 발레 본연의 예술성을 강조했다. ‘성 페테르부르크 아이스 발레단’의 이같은 감동과 황홀경은 다음달 1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도 맛볼 수 있다. 동아일보사와 MBC 공동주최로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 전막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백조의 호수’에서 남편과 함께 나란히 주연을 맡은 올가 쿠바쇼바는 “한국 공연은 90, 92년에 이어 세번째”라며 “훌륭한 피겨 스케이트 선수였다고 모두 훌륭한 배우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좋은 연기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두까지 인형’의 클라라 역을 보여줄 타치아나 로지오노바는 “한국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큰 역할이라 어깨가 무겁고 긴장이 많이 되지만 한국에서 공연을 갖게되어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상하이〓남관수기자〉nyedito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