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의 위력은 거대 유통업체가 제조업을 지배하면서 생기는 가격경쟁력. 일정 가격에 납품하라는 월마트의 요구를 국내 제조업체가 지키지 못하게 되면 미국을 비롯한 8개국 3천4백24개 매장에서 철수를 각오해야 한다.
이에 맞서 국내 토종(土種)할인점으로 전국에 13개 점포를 갖고 있는 신세계백화점의 E마트는 ‘한국형 할인점’을 강조하며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E마트가 구사하는 전략은 한마디로 한국인의 특성에 맞는 할인점을 꾸민다는 것.
‘2세대 할인점’이라는 목표 아래 지난달 27일 문을 연 E마트 청주점의 경우 천장까지 재고품을 쌓아올리는 대신 한국인의 키에 맞춰 진열대의 높이를 1m60㎝로 낮췄다. 물류비를 낮추고 제품회전율을 높여 보다 쾌적한 매장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E마트는 또 할인점에서 공산품만 구입하는 외국 소비자와 달리 식품을 많이 사는 국내 소비자들의 특성을 겨냥, 대규모 식품가공유통센터를 추가로 건립한다.
식품가공유통센터란 농수산물을 위생적으로 가공해 각 매장으로 배분하는 일종의 식품전용물류센터로 외국 할인점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개념. E마트는 이미 가동중인 경기 광주군의 식품가공유통센터에 이어 2000년에는 대구, 2002년에는 광주에 자체 가공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대구에서 할인점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물산은 지역제품을 적극유치하는 토착화 전략으로 나갈 방침이다. 삼성물산은 2000년까지 전국에 10개 매장을 신설해 월마트 등과 맞대결을 벌일 계획이다.
할인점 마그넷을 운영하는 롯데백화점은 할인점보다는 백화점사업에 전념할 방침. 패션 중심의 전문화, 고급화로 할인점과 차별성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