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뇽 문화예술축제]「한국의 밤」공연 성황

  • 입력 1998년 7월 14일 19시 37분


높이 40m, 폭 50m의 절벽이 거대한 병풍처럼 야외무대를 둘러싼 프랑스 아비뇽의 부르봉 절벽극장.

맹수가 포효하듯, 폭풍우가 몰아치듯 김덕수(金德洙)패 사물놀이의 난타가 절벽을 뒤흔들자 9백여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쏟아냈다.

13일밤(현지시간) 교황청 궁정극장과 함께 아비뇽의 대표적인 공연장인 부르봉 절벽극장에서 ‘한국의 밤’ 행사가 개막됐다.

아비뇽 문화예술축제는 세계 최고의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의 대표적 예술행사. 조직위원회는 올해 주제를 ‘아시아의 열망’으로 정해 한국과 대만을 공식초청했다. 한국이 이 축제에 공식초청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관객들은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폭우가 쏟아져 40여분간 공연이 중단됐으나 끝까지 자리를 지킨 채 이매방(李梅芳)씨의 승무, 안숙선(安淑善)씨의 판소리, 김덕수패 사물놀이공연에 열띤 박수를 보냈다.

인간문화재 이씨는 74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유연하고도 절도있는 몸동작으로 승무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춘향가중 사랑가와 춘향이 옥중에서 부르는 쑥대머리 대목을 불러 ‘1인 오페라’의 신비를 보여준 명창 안씨에게도 관객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사물놀이는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 관객들은 꽹과리 장구 징 북이 빚어내는 신묘한 장단에 넋을 잃었다.

‘한국의 밤’행사는 21일까지 계속된다. 개막 공연에는 프랑스를 방문중인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 일행과 베르나르 페브르 다르시에 아비뇽축제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공연에 앞서 이매방씨와 안숙선씨는 아비뇽축제 조직위에서 도미니크 발롱 프랑스 문화부 문화예술국장으로부터 문학예술훈장을 받았다.

〈아비뇽〓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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