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몇가지 문제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다. 정부는 러시아측의 요구가 이유가 없지는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통상 상대국 공관에 파견하는 정보요원(신분은 외교관)은 그 나라 정부에 통보토록 돼 있는데 러시아가 통보한 주한(駐韓)러시아 정보요원수보다 우리가 통보한 러시아(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주재 한국 정보요원수가 5명이나 더 많아 균형을 맞춰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뜻 납득할 수 없는 설명이다. 당초 한국측 정보요원에게 비자를 내준 것은 러시아다. 비자를 내줄 때는 ‘균형’이나 ‘상호주의’를 거론도 하지 않던 러시아가 이제 와서 이를 들먹이고 나선 것은 외교관 추방사태로 인한 감정의 앙금이 여전함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숫적 균형이란 것도 허구라는 견해가 많다. 러시아가 우리 정부에 통보한 정보요원 수가 2명이지만 실제로 서울이나 부산에서 언론인 상사인 등의 직업으로 활동중인 러시아 정보요원은 수십명에 달한다는 것이 주한 외교사절들 사이에서는 상식으로 돼 있다.
정부의 대처 방식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이번 ‘봉합 협상’은 안기부와 러시아 정보당국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점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일단 문제가 터진 뒤엔 대외교섭력이 있고 사건을 보다 종합적으로 보는 외교통상부가 협상에 적극 나섰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