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윈스키가 빌 클린턴대통령을 버리고 스타검사와 손잡겠다는 신호가 명백한데도 “클린턴대통령은 그녀가 법적인 곤경에서 벗어난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는 코멘트가 나왔다. 마이크 매커리 백악관대변인은 한술 더 떠 “르윈스키가 기소면제의 조건으로 완전하고도 진실한 증언을 한다면 클린턴대통령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백악관의 이같은 여유있는 반응은 무엇을 의미할까. 미 언론들은 백악관이 르윈스키가 성관계를 부인한 클린턴대통령의 발언과 모순되는 증언을 할 경우 그것은 진실하지 않은 증언이며 스타검사의 기소면제 미끼에 걸려들어 거짓증언을 했다는 쪽으로 몰아붙이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풀이했다.
르윈스키의 신뢰성을 허물기 위해서는 증언 순서가 중요하다. 뒤에 하는 편이 절대 유리하다. 클린턴진영과 스타검사측의 증언협상이 난관에 봉착한 것도 이때문이다.
클린턴대통령이 어떤 형식으로 증언하든 제대로 반박하기 위해서는 먼저 르윈스키의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또 르윈스키에게는 과거에도 말을 바꾸거나 허위로 문서를 꾸민 전력이 있다는 약점이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11월에 중간선거가 실시된다는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선거에서 클린턴대통령의 탄핵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연방대배심 증언을 최대한 지연시켜야 한다.
클린턴진영이 우보(牛步)전술에 동원할 수 있는 최대 무기는 소환 거부. 헌법에 대통령을 소환할 수 있는 주체로 하원만 언급돼 있는 점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을 밝히길 꺼린다는 정치적 부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은 증언연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