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의 급락에 자극받은 중국이 위안(元)화와 홍콩달러를 40% 평가절하하고 인도네시아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구제금융에도 버티지 못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상황까지 겹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여기에다 자금이 바닥난 IMF가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의 금융위기가 러시아나 브라질같은 신흥시장으로 확산된다면?
미국의 권위있는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사의 경제전망전문 자회사인 DRI는 최근 발표한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 분석보고서에서 그래도 미국 경제는 발전한다고 전망했다.
DRI는 올해나 내년에 △일본경제가 ―10%로 위축되고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목표치 8%에서 훨씬 밑도는 1% 성장에 머물며 △인도네시아가 채무불이행에 빠지는 상황을 가정한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미국은 99년 경제성장률이 -0.5%로 후퇴했다가 곧바로 회복, 2001년까지 매년 3%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4.9% 수준인 실업률은 7%선으로 올라가지만 경기침체기였던 82년 10%대나 91년 7.5%대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DRI는 내다봤다. 또 현재 거품현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월가의 주가는 25%까지 폭락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물론 DRI는 미국와 유럽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 아시아 경제위기가 미치는 영향은 심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미국 경제를 유독 낙관하는 근거에 대해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미국의 아시아지역에 대한 수출이 전체수출의 3분의 1이나 되지만 미 경제를 놓고 보면 2.4%의 비중밖에 안된다는 것. 다른 하나는 미국의 내수시장이 워낙 튼튼하고 높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 균형을 유지하고 있어 어떤 외부의 충격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DRI는 아시아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25%로 내다봤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