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화제]『대영박물관,파르테논신전조각 훼손 은폐』

  • 입력 1998년 8월 4일 19시 35분


영국의 대영박물관이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품들을 손상시킨 뒤 이를 감추기 위해 몰래 색깔을 입힌 사실이 폭로돼 영국과 그리스의 해묵은 문화재 반환 분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영국 외교관인 토머스 브루스 엘긴경이 1801년 영국으로 가져와 ‘엘긴 마블’이라 불리는 이 조각품은 대영박물관의 가장 유명한 전시품 가운데 하나. 역사가인 윌리엄 세인트 클레어는 지난달 출간된 ‘엘긴경과 대리석’이란 책에서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이 조각품의 손상 및 은폐사실을 폭로했다.조각품을 손상한 장본인은 엘긴 마블 전시실 건립비용을 부담했던 듀븐경. 그는 1936년 조각품의 본래 색깔을 되찾기 위해 쇠수세미로 문질러 작품을 손상시켰다. 박물관측은 뒤늦게 이를 알게 되자 손상 사실을 쉬쉬하며 오래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조각품 표면에 갈색 왁스를 칠했다. 조각품 손상사실이 알려지자 그리스 정부는 거세게 항의하며 즉시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영국측은 엘긴 마블을 런던에 두어야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다는 군색한 논리를 펴고있으나 에반젤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문화장관은 “그렇다면 모든 문화재는 세계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베이징(北京) 한복판에 갖다놔야 할 것”이라고 맞서며 영국을 궁지로 몰고 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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