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세계화의 시대에 어떻게 대처하고 우리의 전통적 정신문화는 어떻게 지켜 나갈 것인가. 이 갈림길에서 지난 역사를 냉정히 돌아보는 것은 위기를 넘어서고 미래로 웅비하기 위해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작업이다. 21세기를 목전에 둔 이 위기의 시대.
정부수립 이후 50년을 회고하고 앞으로의 50년을 전망해보는 학술적 논의는 그래서 자못 의미심장하다. 행정자치부와 한국행정연구원이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정부수립 50주년 기념 국제학술심포지엄 ‘지구촌 시대의 한국―회고 50년, 전망 50년’(11, 1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 한국 일본 미국 독일의 저명한 정치 경제 사회학자 및 관련 전문가 30여명이 펼치는 열띤 토론을 지상 중계한다.
[만프레드 몰스(독 마인츠대)]
▼한국적 가치와 글로벌 스탠더드〓아시아지역이 경제 위기에 직면하면서 ‘아시아적 가치’에 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졌다. 아시아적 가치는 경제적 측면을 넘어선다. 그 가치는 문화 정체성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도덕 문화 생활양식을 세계적인 기준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핵심과제다. 그런 점에서 아시아적 가치에 관한 논의는 21세기에 더욱 유효하다.
유교 동학과 같은 한국적 가치가 한국의 문제점을 완전하게 해결해주지는 못할지라도 문제 해결의 관건임에는 틀림없다. 개인과 사회를 연결해주고 윤리 도덕과 책임 원칙을 동시에 중시하는 점 등이 그 대표적 덕목이다. 중요한 것은 아시아에도 민주주의적인 철학이나 문화의 전통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아시아인들 스스로가 깨닫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위기는 총체적 위기가 아니라 경제 분야의 위기다. 경제는 중요하지만 경제가 전부는 아니다. 진정한 발전은 보편적인 세계문화와 특수한 한국문화의 조화에서 온다. 전통문화 없는 세계문화란 있을 수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서구적 가치는 이제 더이상 인류의 생존을 보장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