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채훈/기다림에 익숙한 독일사회

  • 입력 1998년 8월 10일 19시 27분


책이나 TV 등을 통해 독일을 간접체험한 사람이나 지나가는 여행자들은 독일이 안정되고 깨끗한 사회라고 평한다. 반면 1, 2년정도 체류한 사람들은 열이면 아홉이 답답하다고 한다. 처음 독일에 정착하기 위해 방문하는 동사무소에서부터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조바심이 난다. 대민업무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고 그 시간에 가면 앞사람의 일이 완결돼야 다음 사람이 일을 보는데 1인당 10∼20분이 걸린다. 한번은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아 앞사람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먼저 용무를 보면 안되겠느냐고 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바쁘면 다른 사람보다 일찍 오든가, 용무를 다음날 보면 되지 남의 시간을 빼앗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상사 주재원들이 가장 당황하는 것은 독일측 담당자가 출장중이거나 휴가중일 때다. 독일기업들은 담당자가 부재중이면 관련업무는 스톱된다. 옆의 동료가 관련업무를 대리하는데 익숙한 우리들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독일인의 관점에서는 당연하다. 정말 중요한 사항이라면 대비책을 세워놓았을 것이고 일반 업무는 1, 2주일 기다려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5년이상 근무한 주재원들은 독일사회가 재미는 없으나 편리하다고 한다. 느린 것 같지만 때가 되면 모든 일이 이뤄지고 자신의 시간을 소중히 하는 만큼 남의 시간도 존중해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

모든 일을 시간적 여유를 갖고 차근차근 추진하면 확인이나 독촉하지 않아도 될 일은 되게 돼있다는 것이다.

채훈(KOTRA 프랑크푸르트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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