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양쯔강 폭우강타는 『엘니뇨-라니냐 합작품』

  • 입력 1998년 8월 11일 19시 40분


기상위성이 잡은 양쯔강 유역
기상위성이 잡은 양쯔강 유역
‘이번 집중호우의 공범은 엘니뇨와 라니냐.’

최근 소멸한 ‘엘니뇨’와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라니냐’가 한반도와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을 물바다로 만들고 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페루 연안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중남미 지역에는 호우가, 태평양 서안인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가뭄현상이 나타난다.

실제로 엘니뇨가 한창 기승을 부린 지난해부터 올 봄까지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에 강한 고기압이 형성돼 이 지역에 유례없는 가뭄이 계속됐다.

기상청은 이 고기압의 세력이 너무 강해 동남아에 위치해 있던 열대 강우대가 북쪽으로 밀려가면서 6월부터 양쯔(揚子)강 등 중국 화난(華南)지방에 때아닌 호우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엘니뇨와는 정반대로 태평양 서안의 해수온도가 높아지고 페루 연안의 해수온도가 낮아지는 라니냐가 최근 빠른 속도로 발달하면서 적도무역풍이 강해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이 무역풍은 태평양 적도지역의 고온다습한 습기를 태평양 서안인 동남아에 몰아넣었고 엄청난 양의 이 습기는 양쯔강 유역으로 계속 유입됐다. 양쯔강 유역에서 발달한 저기압은 편서풍을 타고 계속 동진(東進), 한반도와 일본 서북부지방에 유입되면서 엄청난 집중호우를 내렸다.예년같으면 이같은 저기압의 유입은 만주지방까지 세력을 넓히던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에 눌려 약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올해에는 엘니뇨로 인한 비정상적인 기압배치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일본 남쪽 해상에 머물러 있어 양쯔강 유역의 저기압이 한반도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지 못한 것.

올해는 한반도 중부지방이 오히려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에 놓이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져 양쯔강 일대에서 유입된 저기압을 확장시키는 역할마저 하고 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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