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와 주가의 급락〓11일 1백47.41엔까지 떨어진 엔화가치는 그대로 두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 닛세이 기초연구소 이노구치 조지(井口護二)연구원은 “일본의 경기침체와 막대한 부실채권 등 기본 여건을 고려하면 엔화가치 하락은 당연하다”며 “미국과 일본이 협조개입하지 않는 한 머지않아 달러당 1백50엔대를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전문가들은 “일본정부가 금융기관 부실채권정리를 서두르지 않으면 올 연말 엔화가치는 달러당 1백60엔대로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지도 10일 “엔화방어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소극적 태도는 아시아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의 근거로 △미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꺼리는데다 △미국경제는 호황이어서 엔화약세에 따른 무역역조를 견딜 수 있고 △일본도 내수를 부양키 위해 금리인하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엔화가치와 주가의 동반 폭락은 엔화약세 기조가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된데다 내각에 대한 야당의 공세강화로 금융회생 관련 6개 법안의 통과가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가세했기 때문이었다.
▼전 세계적 확산〓이날 엔화가치와 주가 폭락의 영향은 마치 태풍이 몰아치듯 순식간에 아시아 전역을 휩쓴데 이어 시차가 있는 유럽과 미국에도 그대로 미쳤다.
특히 홍콩의 주가는 이날 5년1개월만에 최저치까지 빠졌고 러시아와 중국의 주가는 10일 각각 사상 최대폭으로 하락한데 이어 11일에도 증시공황에 가까울 만큼 폭락했다.
미국 뉴욕증시의 경우 11일 장이 열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다우존스지수가 1백20포인트나 빠지는 폭락세로 출발, 오전에만 2백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이에 따라 11일 다우존스지수는 △97년10월27일의 5백24.26포인트 △블랙 먼데이라 불리는 87년10월19일의 5백8포인트 △지난 4일의 2백99.43포인트 등 사상 최대의 폭락랭킹 1∼3위에 비견할 만큼의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4일의 경우 뉴욕증시의 주가폭락이 일본 유럽에 차례로 영향을 미친데 비해 11일의 경우 거꾸로 일본의 폭락사태가 유럽과 미국에 영향을 주는 점이 달랐다.
▼악화하는 일본경기〓일본 경제기획청은 11일 “현재 경기는 ‘바닥을 기는 혼미상태’가 장기화하면서 매우 어려운 국면에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미국의 협조 없는 일본의 외환시장 단독 개입이 별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 따라서 엔화가치의 불안은 계속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시한폭탄이 될 전망이다.
〈윤희상기자·도쿄〓권순활특파원〉he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