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빚 회수 불투명…한국경제 「환란」우려 커져

  • 입력 1998년 8월 12일 19시 37분


인도네시아가 정부부문 단기외채의 원금 일부를 상환하지 못한 상황은 국제금융시장과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상황〓인도네시아는 7월말까지 정부부문 외채중 만기가 된 부분에 대해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아오다가 10일 프랑스 채권 은행들에 이자만 갚고 원금을 상환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채권금융기관들은 6월 1천3백74억달러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외채중 민간부문 8백여억달러에 대해서는 만기를 1∼4년간 연장해주기로 합의한 바 있다.

나머지가 정부 등 공공부문 외채로 이 가운데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외채가 60억달러인데 이 부분에 상환불능 문제가 생긴 것.

그러나 한국은행은 11일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주요채권국 중앙은행 전화회의를 통해 상황을 파악한 뒤 12일 “외채만기 재조정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가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재정경제부도 12일 인도네시아의 주요 채권국과 국제금융기관들이 신규자금 지원 등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을 들어 인도네시아 외환위기가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와 채권국간의 채무재조정 협상이 난항하거나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자금이 끊길 경우 인도네시아는 곧바로 채무 불이행상태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사태가 더욱 악화될 경우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으로 국내경제도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양국간 교역이 전면 중단돼 수출차질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우선 인도네시아가 공식적인 채무불이행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채무불이행상태를 맞게 되면 동남아 외환시장의 동요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크게 오르고 국내 주가가 급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의 진출규모와 영향〓우리나라 금융기관이 인도네시아에 빌려주거나 투자한 채권은 4월말 현재 총 45억달러 규모. 부문별로는 △공공부문 5억8천만달러 △금융기관 11억달러 △민간 23억달러 △기타 4억달러 등이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금융기관은 작년말 현재 은행 증권 보험 종합금융 리스사 등 총 16개.

인도네시아가 빚을 갚지않을 경우 국내 금융기관은 투자자산을 회수의문여신으로 분류해야 하고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 부담으로 부실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국내기업의 직접 투자규모는 3월말 현재 약 12억달러 수준으로 총 해외직접투자 규모(1백68억달러)의 7.3%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건설업체는 인도네시아 상황이 악화하면서 당장 미수금 발생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7월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국내 22개 업체가 29억8천7백만달러어치의 각종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시공잔액은 19억1백만달러라고 밝혔다.

이중 11개 업체가 22건, 1억7천3백만달러의 공사대금을 발주처로부터 아직 받지 못했으며 13건, 1억1천7백만달러는 발주처의 자금난 때문에 앞으로 받기 어려울 것으로 건교부는 파악하고 있다.

▼대책〓정부는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과 일본 엔화의 약세 및 인도네시아사태로 인해 일어날 수도 있는 외환시장 불안에 대비해 인도네시아의 주요 채권국들이 단기외채의 만기연장을 해주도록 국제적 분위기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국내 가용 외환보유고의 조기 확충 △현지 진출 업체의 미수금 및 미수 수출대금의 현물 교환 등의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반병희·이강운·이명재기자〉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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