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 8년만의 최저치인 달러당 1백47.41엔으로 폭락했다가 12일 1백45.91엔으로 반등했던 엔화가치는 13일 달러당 1백47엔 안팎을 오가는 큰폭의 약세로 다시 밀렸다.
이날 엔화가치는 1백47.16엔까지 떨어졌다가 1백46엔대 후반으로 회복하는 등 종일 출렁거렸다.
이달 들어 4일과 11일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을 뒤흔드는 ‘검은 화요일(블랙 튜즈데이)’을 불렀던 엔화는 ‘게릴라성 호우’를 만난 것처럼 급락과 반등을 되풀이하면서 세계경제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엔화는 막대한 금융기관 부실채권, 장기 경기침체 등 일본경제의 본질적 요인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중국 위안화 가치 평가절하설 △일본 통화당국의 시장개입설 △미국의 시장개입 거부설 등 외부요인에 따라 등락이 바뀌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13일의 경우 대만중앙은행이 엔화 보유비율을 대폭 줄인다는 보도와 미국이 달러당 1백55엔대까지는 시장에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엔화가치 하락을 이끌었다.
이날 시장이 다시 요동치자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대장성 재무관(차관급)은 “우리는 엔화가치를 끌어올릴 타이밍을 찾고 있다”고 강조, 시장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본정부는 미국에 공동 시장개입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 국제경제연구소(IIE)의 모리스 골드슈타인 주임연구원은 12일 “엔화환율이 1백50∼1백55엔이 되기 전에는 미국이 시장에 달러를 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망,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상황이 심각한데도 일본정부는 은행의 부실채권문제에 충분히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경영이 부실한 은행들은 정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일본무역진흥회(JETRO)는 12일 연례 백서에서 “지난해 일본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아시아 외환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올 상반기(1∼6월) 일본의 동아시아 지역과의 무역은 수출과 수입이 작년 동기보다 각각 22%와 17.7% 급감했다는 것.
한편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일본대장상과 로버트 루빈 미재무장관은 9월초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엔화하락 사태를 포함한 양국간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희상기자·도쿄〓권순활특파원〉he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