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엔貨폭락 불똥튄다』 우려 목소리

  • 입력 1998년 8월 13일 19시 30분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가 11일 112포인트 하락, 한때 주가폭락의 우려를 낳은 뒤 미 금융당국은 국제금융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증시의 동반폭락을 불러일으킨 일본과 아시아의 경제상황 악화는 미국이 대처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12일 “일본의 경기침제 장기화 전망이 세계증시의 내림세를 촉발했다”며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의 능력범위를 떠난게 아니냐”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아론 미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부차관보는 “일본이 선거후 뭔가 유효한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빗나가면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엔화가치 하락이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우려를 높이고 중국과 수출경쟁을 벌이는 남미경제권까지 동요시키고 있다”며 “이에 따라 세계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일본의 미온적인 정책대응에 대한 미 정책당국의 비난이 높아지는 가운데 “우선 일본의 불을 꺼줘야 한다”는 논의가 별로 보이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13일에도 다시 엔화가치가 떨어졌지만 당분간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상황이 악화하자 그동안 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로 나타난 해외자본 유입을 즐기며 인플레만 잡으면 될 것으로 낙관하던 미국의 입장도 바뀌었다. 아시아위기가 미국의 주가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심리와 내수시장을 약화시켜 디플레이션의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미국은 95년 기준 전체 가계의 41%가 직간접으로 주식에 투자하고 있어 주가하락이 소비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일부 전문가들은 “성장률 저하, 기업수지 악화, 수출증가세 둔화 등에서 보듯 미국경제는 이미 ‘노란 신호등’에 걸렸다”며 “세계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시장이 위축되면 미국에 수출을 의존하는 아시아 각국의 경제회복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